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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버려 학교 불낸 교사…"잘못 인정 안한다" 법정구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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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불이 났던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불이 났던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내부에 담배꽁초를 버려 큰 불로 번지게 한 교사가 법정 구속됐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재판부는 전날 중실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교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6월 서울 은평구 은명초 별관 옆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버리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채 꺼지지 않았던 꽁초에서 불이 시작됐고, 별관 외벽 등에 옮겨붙어 건물과 주차된 차량을 태우는 등 27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교내에서도 비상상황이 벌어졌다. 방과 후 학습중이던 학생·교사 158명이 대피했고, 연기를 들이마신 교사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조사과정에서 평소 일반 담배(궐련) 대신 전자 담배를 피웠으며, 화재가 시작된 현장에 간 것은 맞지만 담배를 피운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현장에서 A씨가 일반 담배를 피웠다고 볼 정황이 있으며,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A씨가 버린 담배꽁초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건강검진 문진표나 카드 사용명세 등을 보면 평소 일반 담배를 피운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사건 당일 회식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전 학교에 잠시 들러 짬을 내 급하게 담배를 피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타기 쉬운 물질이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불씨를 제대로 끄지 않은 채 자리를 뜬 건 중대한 과실"이라며 "불이 학교에서 발생해 최초 목격자가 제대로 초동대처하지 않았다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 복구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A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했다.

국가공무원법 69조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당연퇴직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A씨에게 파면 처분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연금과 퇴직수당을 50% 받을 수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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