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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6000명 '내 몸매 봐달라'···SNS 달구는 속옷 '퍼레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신생 속옷 브랜드 퍼레이드는 일반인의 브랜드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 퍼레이드

미국의 신생 속옷 브랜드 퍼레이드는 일반인의 브랜드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 퍼레이드

미국 뉴욕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마리아 윌리엄스(21)는 오렌지색 속옷을 입은 채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팔로워는 2000명 정도다. 그는 “최근 우울한 기분이 들었는데, 내 몸매를 드러낸 사진을 공유하면서 나에 대한 만족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가 착용한 속옷은 퍼레이드(Parade)라는 미국 신생 브랜드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지 몇달 안 돼서 코로나19에 직면했지만, 오히려 아름다운 몸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퍼레이드는 지난해 70만벌 이상을 판매해 1000만 달러(약 109억원)의 매출을 냈다.

유명 모델 아닌 일반인의 자발적인 마케팅 참여 

퍼레이드 고객 8명 중 1명은 SNS에 퍼레이드 속옷 착용 사진을 올렸다. 사진 퍼레이드

퍼레이드 고객 8명 중 1명은 SNS에 퍼레이드 속옷 착용 사진을 올렸다. 사진 퍼레이드

퍼레이드는 지난해 3월 여성이 모델처럼 깡마르거나 완벽한 몸매를 가질 필요가 없다며 ‘자신의 몸을 더 사랑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유명 연예인 혹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기껏해야 수백 또는 수천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짜로 속옷을 보낼 테니 마음에 들면 사진을 올려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피드백을 달라는 방식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단숨에 60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퍼레이드에 따르면 고객 8명 중 1명은 SNS에 퍼레이드 제품 착용 사진을 올렸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퍼레이드는 대학생·회사원·요리사 등 다양한 직군의 평범한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드러내도록 했다”며 “이것이 지인을 중심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자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주의) 캠페인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선정적 게시물 아냐” 

퍼레이드는 다양한 인종은 물론 트렌스젠더도 제품 모델로 선택했다. 아울러, XS부터 3XL까지 다른 브랜드에 없는 사이즈를 제작한다. 사진 퍼레이드

퍼레이드는 다양한 인종은 물론 트렌스젠더도 제품 모델로 선택했다. 아울러, XS부터 3XL까지 다른 브랜드에 없는 사이즈를 제작한다. 사진 퍼레이드

바디 포지티브란 몸이 날씬해야 아름답다고 보는 과거 시각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몸매를 긍정하자는 운동이다. 신체적 능력·크기·성별·인종·외모와 관계없이 모든 신체를 동등하게 존중하자는 운동이기도 하다. 바디 포지티브 운동가 중에는 신체 상당 부분을 노출한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이를 선정적인 게시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을 중퇴하고 퍼레이드를 공동 창업한 카미 테예스는 “젊은 여성에게 문화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다”며 “과거 대다수 기업이 여성성의 정의를 제한했던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념의 속옷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속옷 시장서 MZ세대 사로잡아” 

마케팅 전문가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은 광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소비자도 알고 있기 때문에 더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사진 퍼레이드

마케팅 전문가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은 광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소비자도 알고 있기 때문에 더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사진 퍼레이드

NYT는 “미국 속옷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인데, 퍼레이드는 인스타그램 캠페인 하나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며 “이제 돈을 내고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방식의 마케팅은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퍼레이드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스테판 힌쇼 뉴욕대 소비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무엇인가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며 “퍼레이드는 수만 명의 팔로워가 없어도 제품 홍보에 참여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선한 일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고객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속옷 시장을 점유율 1위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왜곡된 몸매를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 빅토리아 시크릿

2000년대 초반 미국 속옷 시장을 점유율 1위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왜곡된 몸매를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 빅토리아 시크릿

반면에 ‘엔젤’이라는 애칭으로 세계적인 모델을 수없이 배출한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왜곡된 여성의 몸매를 강조한다며 사회적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3년 31.7%에서 2018년 24%로 줄었다. 모기업 L브랜즈의 주가는 지난 5년간 반 토막 났다.

비브비브, 남의 시선 아닌 나를 위한 속옷   

국내 속옷 브랜드 비브비브는 마네킹 같은 완벽한 몸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선택했다. 사진 비브비브

국내 속옷 브랜드 비브비브는 마네킹 같은 완벽한 몸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선택했다. 사진 비브비브

국내 속옷 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2018년 론칭한 비브비브에는 마르거나 통통한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체형의 모델들이 등장한다. 튼살이나 접히는 살, 속옷을 입을 때 생기는 튀어나오는 살도 보정하지 않는다. 오롯이 위생과 생리 등 여성의 신체와 관련된 고충을 해결하고 활동성을 보장하는 데 집중한다.

비브비브의 이상빈 기획자는 “마네킹 같은 완벽한 몸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선택했다”며 “다른 사람이 보기에 몸매가 예뻐 보이는 속옷이 아니라 실제 착용자인 여성이 느끼는 편안함에 100% 집중한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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