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열달 만에 1%대 회복…초저금리 막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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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1.041%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 3월 연 0.318%까지 떨어진 뒤 10개월 만에 연 1%대를 회복했다.

백악관 이어 상·하원 민주당 차지 #‘블루웨이브’가 결정적인 영향 #바이든, 경기부양 가속페달 전망 #경기 회복세 땐 물가상승 압력 #시장금리 오르면 투자환경 급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신 상용화로 인해 올해 코로나19 위기가 끝날 거란 기대로 채권 금리가 꾸준히 올랐다”며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결과가 금리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 투표에서 민주당이 두 석을 모두 가져가며 상원 다수당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백악관에 이어 상·하원까지 차지하는 ‘블루웨이브’(민주당 물결)를 완성한 셈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변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변화

금융시장 투자자 중에선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 경기 부양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 재정 지출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다.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 채권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한다. WSJ은 “앞으로 미 의회가 1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시중에 돈이 잔뜩 풀린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물가상승 압력은 커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연 0~0.25%)으로 내린 상황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한 것까지 고려하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코스피 3000시대를 맞은 국내 증시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Fed가 물가상승 속도를 늦추기 위해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를 앞당긴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의 흐름이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달러가 강세로 바뀌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의 투자 비중을 줄이고 미국 등 선진국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강 연구원은 “Fed가 당분간은 (장기 국채의) 금리 상승을 용인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Fed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시장금리의 기준점 같은 역할을 한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비싸져 대출 금리를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난해 주가 상승의 중요한 요인은 초저금리였다. 그 전제가 흔들리면 투자심리는 급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달러 약세가 주춤하고 시장금리는 소폭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7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087.3원에 마감했다. 국내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연 0.96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연 0.936%)과 비교하면 이틀 만에 0.028%포인트 올랐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선 미국 국채 금리가 연 1.5%(10년물 기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금융주나 건설·화학주 등으로 (투자 종목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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