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뒤안길로..." 그말 지켰다, 또 文 떠나 미국 가는 양정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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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해 4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해 4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조만간 미국으로 떠난다.

양 전 원장과 가까운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 전 원장이 지난해 4월 총선 승리로 원장직을 잘 마무리한 뒤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정책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뜻을 주변에 건넸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시간을 가지면서 차후 역할에 대해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자신과 인연이 깊은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을 연구할 예정이다. 양 전 원장은 민주연구원장직을 수행하던 2019년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존 햄리 CSIS 회장을 만나 외교·안보 정책을 논의하고 정책협약을 맺었다. 그해 9월 존 햄리 회장이 방한했을 때도 양 전 원장과 따로 만찬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양 전 원장이 당시 존 햄리 회장과 여러 차례 만나며 교분이 두터워진 것으로 안다”며 “대북·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인재영입 등을 진두지휘하며 당시 여당이 180석(민주당 163석+더불어시민당 17석)을 얻는 데 기여했다. 양 전 원장은 총선 다음날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며 원장직을 사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후반기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 내 잠재 대선주자들을 두루 만났고, 정치권에선 “양 전 원장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말이 나왔다.

2019년 10월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이 수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왼쪽부터)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말에도 여권 대선주자를 여럿 만났다. 뉴스1

2019년 10월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이 수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왼쪽부터)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말에도 여권 대선주자를 여럿 만났다. 뉴스1

양 전 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 하마평에도 올랐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친문 성향의 재선 의원은 “양 전 원장은 본인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도 2년 가까이 미국과 일본에 머물다 2019년 2월 귀국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미국 행을 택했다.

여권에선 내년 대통령 선거(3월)와 지방선거(6월)에서도 양 전 원장이 모종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본인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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