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조만간 미국으로 떠난다.
양 전 원장과 가까운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 전 원장이 지난해 4월 총선 승리로 원장직을 잘 마무리한 뒤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정책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뜻을 주변에 건넸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시간을 가지면서 차후 역할에 대해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자신과 인연이 깊은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을 연구할 예정이다. 양 전 원장은 민주연구원장직을 수행하던 2019년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존 햄리 CSIS 회장을 만나 외교·안보 정책을 논의하고 정책협약을 맺었다. 그해 9월 존 햄리 회장이 방한했을 때도 양 전 원장과 따로 만찬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양 전 원장이 당시 존 햄리 회장과 여러 차례 만나며 교분이 두터워진 것으로 안다”며 “대북·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인재영입 등을 진두지휘하며 당시 여당이 180석(민주당 163석+더불어시민당 17석)을 얻는 데 기여했다. 양 전 원장은 총선 다음날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며 원장직을 사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후반기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 내 잠재 대선주자들을 두루 만났고, 정치권에선 “양 전 원장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말이 나왔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 하마평에도 올랐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친문 성향의 재선 의원은 “양 전 원장은 본인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도 2년 가까이 미국과 일본에 머물다 2019년 2월 귀국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미국 행을 택했다.
여권에선 내년 대통령 선거(3월)와 지방선거(6월)에서도 양 전 원장이 모종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본인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