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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란은 위험국 아니라더니" 나포 선원 어머니의 절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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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박 '한국케미'가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각)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될 당시 모습. 오른쪽에 작은 배가 이란 혁명수비대가 탄 선박. 선주사 디엠쉽핑의 캡쳐화면. 황선윤 기자

한국 선박 '한국케미'가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각)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될 당시 모습. 오른쪽에 작은 배가 이란 혁명수비대가 탄 선박. 선주사 디엠쉽핑의 캡쳐화면. 황선윤 기자

3등 항해사 어머니 “가게 보탬 되려 해사고 지원”

“지난해 2월 해사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9월 처음 승선한 해외 선박인데 나포됐다니 눈앞이 깜깜합니다.”

“국내 선박보다 안전하다 해서 믿었는데…” 울먹 #선사 측 “5일 오후 이란과 협상…곧 풀려날 듯”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선적 선박 ‘한국케미’에 승선한 삼등 항해사 전 모(20) 씨의 어머니는 울먹이며 전한 심경이다.

 전씨 어머니 신모씨는 5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홀어머니의 가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고향인 강원도 고성을 떠나 부산에 있는 해사고를 스스로 지원한 기특한 아들”이라며 “지난 2일 ‘새해니깐 맛있는 거 사드시라’며 용돈 30만원을 보내준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신씨는 아들이 승선한 한국케미가 나포됐다는 소식을 지난 4일 오후 11시 50분쯤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선박 선사인 디엠쉽핑에서 전화로 나포 소식을 전해줬다”며 “날이 밝는 대로 이란 측과 협상을 진행해서 결과를 알려준다고 한 뒤 아직 연락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며 울먹였다. 그는 “아들이 지난해 9월 해외 선박에 승선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안전을 가장 걱정했다”며 “아들이 ‘국내 선박보다 해외 나가는 선박이 더 안전하다”며 안심을 시켜줬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신씨는 지난 2일 아들과 마지막 연락 때 선박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란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아들이 이란은 위험국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며 “평소 의협심이 투철한 아들이어서 나포된 상황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와 마찰을 빚을까 봐 걱정된다”며 울먹였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케미 선박 선사 디엠쉽핑 관계자(오른쪽)과 디엠쉽핑을 관리하는 타이쿤쉽핑 관계자가 4일 오후 11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케미 선박 선사 디엠쉽핑 관계자(오른쪽)과 디엠쉽핑을 관리하는 타이쿤쉽핑 관계자가 4일 오후 11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씨 외 한국 선원 4명·외국인 선원 15명 승선 

 전씨와 함께 나포된 한국 선원은 5명이다. 이 외에도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해 있다. 한국케미 선박 선사인 디엠쉽핑을 관리하는 타이쿤쉽핑 관계자는 “다행히 한국 선원 가족이 큰 동요 없이 침착하게 이란 측과의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해적에 나포된 게 아니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기 때문에 선원들의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쿤쉽핑은 이란 대사관과 긴밀히 연락하며 이란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란 대사관이 적극적으로 이란 측과의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며 “협상은 국가 대 국가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사는 협상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한국은 시차가 5시간 30분이어서 협상은 한국시각으로 5일 오후 3시쯤 돼야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측의 나포 이유인 환경 오염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나포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하루 이내로 풀려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케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로 향하던 중 4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나포 이유로 ‘해양 환경 위반’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에 선사 측은 “에탄올 등 3종류의 화학물질 7200톤이 실려있지만 환경 오염과는 무관하다”며 “영해를 침범한 것도 아니다. 정치적 이유로 나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부산=이은지·황선윤·위성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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