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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학대’ 뭉갠 양천경찰서, 서장은 전 경찰개혁TF 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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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를 애도하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MC 김상중 , BTS 지민, 방송인 장성규, 김원효·심진화 부부,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교수 등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동참하고 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NS 캡처]

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를 애도하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MC 김상중 , BTS 지민, 방송인 장성규, 김원효·심진화 부부,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교수 등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동참하고 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NS 캡처]

‘정인이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경찰이 뭇매를 맞고 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세 차례나 받고도 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정인양의 죽음을 막지 못한 데다 관련 경찰관 상당수가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3차례 신고에도 내사종결·불기소 #담당 경찰관 12명 중 7명은 경징계 #“아이 죽인 공범 아닌가” 비난 봇물 #청와대 국민청원엔 “파면해야”

4일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 양천경찰서 담당자들에 대한 경질 요구 글이 500개 이상 올라왔다. 양천서 홈페이지에도 “아이 죽인 공범” “서장 물러나라” 등 제목의 비난 글이 쇄도해 한때 서버가 다운됐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 파면 요구’ 글에는 4일 오후 8시 현재 13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경찰은 지난해 어린이집 교사, 의사 등으로부터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세 차례나 받고도 내사 종결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밝혀져 집중포화를 받았다. 여기에 사건 담당 경찰관 상당수가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지난해 12월 4일 서울경찰청이 공개한 양천서 감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담당 경찰관 12명 중 7명이 경징계인 ‘주의’와 ‘경고’ 처분을 받았다. 정식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건 3차 신고 사건 처리 담당자인 팀장과 학대예방경찰관(APO) 등 5명에 그쳤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세 번이나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건 피해자의 생명과 직결된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며 “하나 마나 한 징계에 그칠 게 아니라 응당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청 관계자는 “(솜방망이 징계라는) 여론은 인지하고 있으며 (징계위 회부 대상자들의 경우) 경고나 주의보단 징계 수위가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섭 양천서장이 직전까지 경찰청 경찰개혁추진TF팀장과 혁신기획조정담당관으로 일했던 경찰 개혁 총책임자였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져 비난의 강도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아이들은 의사표현이 서툴고 부모는 부인으로 일관하거나 CCTV 영상 등 증거를 내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아동학대 의심 사건은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책임 추궁과 대책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 아동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입양 절차 전반의 공적 관리·감독,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아동학대 형량 2배 상향, 가해자 신상공개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정인이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책임자 엄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SNS 등을 통한 아동학대 방지 캠페인인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했다.

정인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서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아이가 사망한 이후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생후 7개월 때 아이를 입양한 양모 장모씨가 1개월 뒤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학대를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양부 안모씨는 학대를 방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지혜·함민정·이가영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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