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옥살이도 억울한데 사면반성? 前대통령이 시중 잡범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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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을 전제조건으로 달자 야권에서 강한 비판이 나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2021.1.4 오종택 기자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8호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2021.1.4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전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대통령이 홀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다른 사람이 이러고저러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자신들이 칼자루를 잡는다고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거나, 사면을 가지고 장난을 쳐선 안 될 것”이라며 “전쟁에서 항복한 장수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대우는 있다. 정치적인 재판에서 두 분 다 억울한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런 사건에서 (당사자의)사과나 반성을 요구한다는 건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으로 단행할 일”이라며 “이낙연 민주당 대표께선 하신 말씀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여당의 ‘당사자의 반성’ 전제에 대해 “시중의 잡범들에게나 하는 소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살인‧강도나 잡범도 아니고 한 나라의 정권을 담당했던 전직 대통령들 아니냐”며 “당사자들 입장에선 2, 3년 감옥에서 산 것만 해도 억울한데 내보내주려면 곱게 내보내 주는 거지 무슨 소리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공감대와 반성은)여당 지도부의 시간 돌리기용으로 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며 “(사면)찬성을 택하느냐, 반대를 택하느냐는 사면권자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은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연 뒤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든 지 이틀 만이었다.

다만 야권은 이 대표의 사면론 언급이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나온 발언이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 대표 측은 사면론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무슨 의도 하에서 연초에 그런 얘길 했는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동안 이 대표의 여러가지를 놓고 봤을 때 어느정도 사전에 (대통령과)교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문제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터져나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은 친문 눈치보기에 전전긍긍하는 이 대표가 대통령과의 사전교감 없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에 대해 소신을 밝힐 만큼 용감한 정치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여권의 난맥상도 모두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비겁하게 숨지 말고 소신껏 결정하고 국민 판단을 받으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대통령께서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정도다. 선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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