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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 바이든, 그의 취임 8일전 형 집행되는 女사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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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유일한 여성 사형수 리사 몽고메리. [AP=연합뉴스]

미국내 유일한 여성 사형수 리사 몽고메리. [AP=연합뉴스]

미국 내 뜨거운 사형 찬반 논란을 일으켰던 여성 사형수 리사 몽고메리의 형 집행 연기가 취소됐다. 예정일은 이달 12일이다. 사형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20일) 전이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 워싱턴DC 연방고법은 몽고메리의 형 집행을 연기한 1심은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몽고메리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직전인 이달 12일에 형장에 서게 될 가능성이 열렸다. 이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선 68년만의 여성 사형수의 형 집행이 된다. 변호인은 사형이 집행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결정에 불복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몽고메리는 현재 미국 내 유일한 여성 사형수다. 2014년 12월 미주리주(州)에서 임신한 23세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뱃속에서 8달 된 태아를 꺼내 납치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이 여성의 뱃속 태아를 자신의 아이로 키우려 했다고 한다. 다행히 아기는 살아남아 아버지에게 돌려보내 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7년 동안 중단했던 연방정부 관할 재소자에 대한 사형 집행을 지난 7월 재개했다. 여성과 노약자를 상대로 흉악범죄를 저지른 장기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을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권력 이양기에는 사형 집행을 미뤄오던 전통을 130년 만에 깨뜨리고 지금까지 10여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사형수마다 구명 운동이 벌어졌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집행을 이어갔다.

몽고메리도 형 집행 대상자 중 한명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인디애나주 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예정일은 지난해 12월 8일이었다. 이후 사형제 찬반론자들 간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리사 몽고메리. [EPA=연합뉴스]

리사 몽고메리. [EPA=연합뉴스]

유엔도 미국을 상대로 구명에 나섰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달 3일 미국 정부에 인권전문가들의 입장을 전달하며 "그 역시 일생동안 끔찍한 신체적·성적 학대를 겪었지만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던 피해자"라며 "미 정부가 몽고메리를 사형에 처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그녀를 또다시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몽고메리는 11살 때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15살 때부터는 강제 성매매에 내몰렸다. 성인이 된 뒤 결혼을 했지만,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또 범행 직전 몽고메리가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배우자로부터 아이들을 데려가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범행을 저지른 서른 네살이 될 때까지 거처도 61차례나 옮겼다고 한다.

당초 12월 8일로 정해졌던 몽고메리의 형 집행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이어 1월 12일로 예정일을 잡았지만 지난달 25일 워싱턴DC 지방법원이 이 조치가 위법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고법이 다시 이를 무효로 돌린 것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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