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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노역 배상 외면 미쓰비시, 대전지법에 '즉시항고'

중앙일보

입력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 피해 배상을 거부해온 일본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이 한국 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당할 위기 놓이자 법원에 항소했다. 법원의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한국 내 재산 매각’ 효력 발생에 따른 압류와 자산 매각 절차를 지연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10월 30일 나고야 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 모임 등 일본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이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건물 앞에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30일 나고야 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 모임 등 일본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이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건물 앞에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대전지법 등에 따르면 양금덕(91) 할머니 등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의 특허권·상표권 압류명령 민사 소송 채무자인 미쓰비시중공업은 공시송달을 통해 압류명령을 내린 대전지법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항고장을 제출하면서 압류 명령의 효력이 확정되지 않고 법적 다툼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12월 29일·30일 자산매각 효력 발생 #항고장 제출로 '압류명령' 법적 다툼 이어가

 미쓰비시중공업이 항고장을 제출한 날짜는 지난해 12월 30일(박해옥씨 특허권 2건·김성주씨 특허권)과 31일(양금덕씨 상표권 2건·이동련씨 특허권 2건)이다. 30일과 31일은 법원이 공시 송달한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특허권과 상표권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문의 효력이 각각 발생한 다음 날이다.

법조계 "자산 매각 지연시킬 의도"

 법조계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압류, 자산 매각과 관련해 가능한 법적 절차를 모두 밟아 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시항고는 재판의 성질상 신속하게 확정할 필요가 있는 결정에 대해 불복신청하는 절차다.

 앞서 지난달 29일 0시를 기해 법원의 압류명령 결정문의 효력이 발생하자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즉시 항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한일 양국과 국민 간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17일 양금덕(가운데) 할머니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관계자들이 도쿄 마루노우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지난해 1월 17일 양금덕(가운데) 할머니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관계자들이 도쿄 마루노우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양 할머니 등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은 2012년 10월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대법원은 “피고(미쓰비시중공업)는 원고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확정판결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3월 22일 대전지법을 통해 판결 이행을 미루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매각 명령도 신청했다. 채권액은 별세한 원고 1명을 제외한 4명분 8억400만원이다.

대전·광주=신진호·진창일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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