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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한국엔 “감사” 싱가포르엔 “역사적 도움” 묘한 온도차

중앙일보

입력

퇴임을 앞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북핵 성과를 자랑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만 똑같은 감사 메시지였지만 묘한 온도 차가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강 장관을 향해 “한반도를 더욱 안전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줘 감사하다”며 “함께 일해 즐거웠다”는 단어 25개 분량의 트윗을 올렸다. 지난해 11월 강 장관의 방미 당시 만났던 사진 1장을 첨부했다.
약 1시간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발라크리슈난 장관에게 먼저 사의를 표했다. 단어 48개 분량 메시지에 사진 4장을 첨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발라크리슈난 장관을 향해 “당신이 1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주최를 돕기 위해 한 일들은 역사적이었다”며 “경제적ㆍ군사적 파트너십도 당신 덕분에 더욱 긴밀해졌다”고 썼다. 또 “당신은 좋은 친구이자 스승이었으며, 역내 모든 문제에서 설득자 역할을 했다”고 각별한 감정을 표시했다.

2018년 북ㆍ미 정상회담 당시 적극적 중재자를 자처했던 한국보다는 회담 장소 등 편의를 제공했던 싱가포르 측에 더 구체적으로 감사를 표한 셈이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에 보낸 메시지에 개인적 호감이 담겨 있다 보니, 같은 사의 표시인데도 강 장관이 ‘의문의 1패’를 당한 모양새가 됐다.
원래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케미스트리’가 좋기로 유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장관에 내정된 2018년 4월 이후 공식 회담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통화와 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긴밀히 소통했다. 성격이 급하고 말이 빨라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요지와 맥락을 유창한 영어 실력에 차분한 성품의 강 장관은 바로바로 잡아냈다고 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불협화음이 표면화했다. 2018년 9ㆍ19 남북군사합의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강 장관에게 전화로 “긴밀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강력하게 항의했다. 지난해 10월엔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을 뺀 아시아 순방 일정을 소화해 ‘한국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며 방한 일정은 연기했지만, 일본은 예정대로 방문했고, 직후 인도도 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강 장관이 미국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방미하면서야 대면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듯 트윗 11개를 연달아 올려 북핵 성과를 나열했다. 자신이 직접 데리고 온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송환 행사 사진 등을 올렸다. 그는 “북한을 향한 수십년간의 유화정책과 위험한 비관여정책은 끝났다”며 “현재 북한은 핵무기ㆍ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한 상태로, 체제는 약해졌고, 접경 지역 긴장은 완화됐다”고 자평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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