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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태어나는데 코로나 실직...소띠 아빠 "가족 먹여 살리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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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해인 2021년 첫날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에서 한우들이 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소띠 해인 2021년 첫날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에서 한우들이 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그저 마스크를 벗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띠해를 맞아 2009·1997·1985년생 소띠들에게 ‘어떤 2021년이 되길 바라느냐’고 묻자 공통적으로 돌아온 대답이다. 지난 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 국민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새해는 달라졌으면 하는 기대감이 크다.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을 맞이하는 소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대 97년생들 “하늘길 다시 열렸으면”

2009년생 소띠로 올해 6학년이 된 김보나(12)양은 지난해를 “끝이 없는 방학 같았다”고 표현했다. 김양은 “작년에는 친구들과 카카오톡 메신저로만 만나고 많은 활동을 못했다”며 “올해는 밖에서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돌아다니고 협동 활동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올해 만으로 24세가 된 97년생은 지난해 세운 계획을 이루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다고 했다. 건국대 전자과 이정환씨는 지난해 네덜란드로 해외 인턴십을 다녀올 예정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올해는 4학년이라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3학년 때 할 수 있던 활동들을 지난해 많이 날린 것 같아 속상하다”면서 “예전처럼 걱정 없이 해외를 오가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군 복무 중인 24세들은 ‘휴가’에 대한 염원이 특히 컸다. 2019년 12월에 입대해 두 달째 휴가를 못 나오고 있는 상병 채모씨는 “휴가를 자주 쓸 수 있다고 해서 공군에 왔는데 휴가를 못 나가다 보니 복무 기간이 저절로 단축됐다”며 “내년엔 가족들을 더 자주 보고 싶고, 휴가를 못 나가는 김에 운동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2021년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종로구 조계사에 '코로나19가 끝나면 하고싶소'를 주제로 설치된 소원의 탑에 방문자들이 적은 새해 소망들이 매달려 있다. 연합뉴스

2021년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종로구 조계사에 '코로나19가 끝나면 하고싶소'를 주제로 설치된 소원의 탑에 방문자들이 적은 새해 소망들이 매달려 있다. 연합뉴스

30대 85년생 “수입·건강 회복하길”

30대 가장으로서 2020년을 보낸 85년생들은 경기 회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경기도 김포 운양신도시에서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는 김윤미씨는 지난해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지는 바람에 매출이 90%가량 줄었다. 지난해 분점을 하나 더 차린 김씨는 “확장했던 사업을 다시 줄이고 4~5명 이하 개인 레슨을 늘려가는 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세로 살던 서울 집에서도 임대인이 직접 살겠다고 해서 쫓겨나 월세로 살고 있다”며 “월세 부담이 커 서울은 포기하고 김포로 이사하려 한다. 그곳에선 일이 잘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85년생 김영인씨는 오는 3월 둘째가 태어난다. 지난해 1월 태어난 첫째 딸 이후 연년생으로 태어나는 아들이지만 김씨는 아이들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는 “헬스장에 정직원으로 취직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져 프리랜서로 전향하게 됐다. 현재 수입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가족을 먹여 살릴 정도라도 수입이 회복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건강을 우선하는 85년생도 있었다. 우경기도 안양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정정아씨는 ‘건강’이 최고라고 말한다. 정씨는 “지난해 결혼·임신 계획이 있었으나 코로나19로 모든 게 미뤄지고, 학원도 4차례나 문을 닫았다”며 “이런 일련의 일들로 인해 우울증이 심해져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상태인데, 내년엔 건강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고 수업을 하던 때가 벌써 너무 그립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일상의 회복’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증유의 현실과 마주쳐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상생을 실천해주신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다. 모두의 삶이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한 사람의 손도 절대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걷겠다”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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