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서울의 12월…한달 사망자 89명, 1~11월만큼 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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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대전의 한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일 대전의 한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2월 한 달간 서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사람이 89명, 확진자는 1만289명에 달한다.
1~12월 서울의 1년 사망자의 49%, 1년 확진자의 55%를 차지한다. 코로나19 1년 발생과 사망의 절반이 12월 한 달에 나타났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전국의 코로나 19 확진자는 2만7117명, 사망자는 391명이다. 1~12월 전체 확진자의 44%, 사망자의 43%를 차지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파고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하면서 서울의 12월은 더 잔인했다. 1~11월 확진자 8425명, 12월 확진자는 1만289명이었다. 11개월 확진자보다 1.2배 많은 감염자가 12월에 발생했다. 사망자는 1~11월 93명, 12월 89명으로 비슷했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1~11월 6476명이 확진됐고, 12월에만 7152명이 나왔다. 사망자도 1~11월 116명, 12월 155명이었다. 11개월 사망자의 1.34배가 한살 새 숨졌다.

보건 당국이 'K방역'을 자랑해왔지만 12월 성적만 보면 그런 자랑이 무색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12월보다 1월이 더 잔인한 달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12월 1일 확진자는 국내 감염이 493명으로 출발했지만 1월 1일은 1004명이었다. 전날 1000명대 아래로 떨어졌지만, 하루 만에 다시 네 자릿수로 올라섰다. 12월에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방역 수칙을 강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줄지 않는다.

서울(358명)·경기(271명)·인천(63명) 등 수도권 환자가 68.9%를 차지해 수도권의 위험성이 여전하다. 전국의 위중·중증 환자는 354명으로 전날보다 10명 늘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12월 말에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등의 규제를 강화한 뒤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며 "1월 기온이 더 떨어지면서 겨울이 정점으로 가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사망자가 1000명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한 사람이라도 덜 숨지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3단계로 조정해야 한다. 식당을 문 닫게 하지 말고 영업장 면적당 손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식으로 조치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 때 273명, 2015년 메르스 때 39명이 숨졌는데도 난리를 쳤다. 그런 걸 다 겪고 신종 감염병에 준비해왔는데, 이렇게 많이 사망하면 말이 안 된다"며 "경제를 위해서 풀어놓고 사망자가 나오면 국가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려서 확진자가 400~500명대로 떨어지면 그때 가서 거리두기를 좀 풀면 어떨까 한다. 대신 요양병원·요양원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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