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 백신, 韓엔 2월에 오는데…美FDA는 "4월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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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초고속 작전'팀 몬세프 슬라위 최고 과학자는 코로나19 백신을 조기 개발하고 배송하는 일을 총괄했다. 지난 5월 취임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백악관 '초고속 작전'팀 몬세프 슬라위 최고 과학자는 코로나19 백신을 조기 개발하고 배송하는 일을 총괄했다. 지난 5월 취임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영국에서 첫 사용 승인을 받은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은 일러도 내년 4월에나 나올 전망이다. 당초 예상보다도 두 달 더 늦춰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여오기로 한 내년 2~3월까지는 FDA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몬세프 슬라위 미국 '초고속 작전' 최고책임자는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모든 일이 잘될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 사용은 4월 초쯤 허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슬라위는 "1월 하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시험 결과가 나오면 2월 FDA에 긴급사용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일정이 지연된 데다 FDA가 요구하는 데이터를 산출해 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자 허가 예상 시기도 늦춰진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미 보건당국은 화이자, 모더나에 이은 세 번째 승인이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얀센 백신 임상시험 결과가 1월에 나오는 즉시 FDA에 신청하면 2월 상반기 허가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very likely)"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도 미 공영방송 NPR 인터뷰에서 "다음 백신은 십중팔구 얀센이 될 것이며, 아스트라제네카는 그다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선두권을 달리던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내 허가가 늦어지는 데 대해 WSJ와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들은 FDA와 제약사간 신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FDA 측이 제약사가 안전과 효율에 관한 핵심 데이터나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투명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월 영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던 중 피시험자 두 명에게 신경계 증상인 횡단성척수염이 발병했다. 영국은 물론 글로벌 임상시험을 모두 중단하는 중대 사건이었는데, FDA에 곧바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어 사고 이틀 뒤 열린 아스트라제네카와 FDA 간 정례 점검 회의 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한 스티븐 한 FDA 국장이 "황당해했다(stunned)"고 NYT는 전했다.

FDA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백신 접종 분량과 시점, 연령별 그룹에 따라 효과가 제각각으로 나온 것도 문제로 삼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 도스(한회 접종분)를 맞은 뒤 4주 후에 두 번째 도스를 맞으면 예방 효과가 62%대로 나왔다. 하지만 첫 도스를 절반으로 줄여 접종하고 한 달 뒤 한 도스를 온전히 투약하면 예방 효과는 90%로 뛴다. 평균 예방률은 70.3%로 떨어진다.

이에 대해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평균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예방률이 95%라고 밝혔듯, 다른 백신도 몇%라고 적시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서로 다른 임상시험을 합한 숫자가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숫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역시 적은 용량을 투약해 예방률 90%가 나온 데이터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채택하지 않았다. 두 차례를 모두 온전한 양으로 접종해 62% 예방률을 나타낸 방식에 대해 긴급 사용을 허가한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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