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북전단법, 국제사회 '반인권' 비난 자초…바로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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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신년사에서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대북전단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반 전 총장은 31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밝힌 신년사에서 "대북전단법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반인권법'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며 “합당한 후속 조치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은 내정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라며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세계를 상대로 인권 보호와 신장을 위해 진력했던 저로서는 정작 우리나라가 인권 문제로 인해 국내외의 비판을 받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여당은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이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법을 단독 처리했다. 정부·여당은 접경 지역의 안전 문제를 입법 근거로 삼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처럼 되는 데 달려 있으며, 그 반대가 아니다"(마이클 맥카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잘못된 구성의 무서운 법안”(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라는 등 비판이 이어졌다.

탈북민 단체가 지난달 31일 경기도 김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하고 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탈북민 단체가 지난달 31일 경기도 김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하고 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반 전 총장은 “새로 출범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강화와 다자주의 복귀 및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 터전을 더욱 굳건히 다지고 국가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이뤄나가는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동맹의 가치를 경시하거나 안보를 불안케 하는 언동은 삼가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신년사에서 반 총장은 코로나 사태와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 대북 관계 악화 등을 거론하면서 “작년 한 해 우리의 삶은 불안과 혼돈, 분열의 연속”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정치권은 분열을 수렴하고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립과 갈등으로 이를 증폭시켰다. 자유·공정·정의의 가치가 왜곡되고, 개혁과 적폐청산은 그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버렸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제7회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제7회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정치적인 유불리에 근거해, 사법부의 판결을 폄훼하는 것은 민주시민 사회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도 꼬집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판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집행정지 신청 인용과 관련해 여권이 사법부를 맹비난하고 있는 걸 겨냥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정상적인 국가다. 염치가 있고, 존중과 배려를 할 줄 알며,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것이 상식”이라며 "지지층만이 아닌 국민 모두를 바라보면서 대한민국호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국민 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출범 당시의 다짐을 반드시 실천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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