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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진욱 "나도 전문성 있다" 내세운 근거는 박근혜 탄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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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추천 과정에서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검찰이 개혁돼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대해선 “국민들이 걱정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고 한다.

"국민 기본권 지키기 위해 검찰 개혁해야"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31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31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3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측에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과 공수처장 후보자로서의 포부 등을 밝혔다. 그는 검찰 개혁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검찰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검찰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를 추진하는 등 갈등을 벌인 데 대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대립해 국민이 걱정을 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원만하게 해소돼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고 한다. 추 장관은 당연직 공수처장후보자 추천위원이었다.

"헌재 대통령 탄핵, 공수처 수사 원리 같아…나도 전문성 있다"

14일 오전 2차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임현동 기자, 뉴시스

14일 오전 2차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임현동 기자, 뉴시스

김 후보자는 1999년 조폐공사 특검 수사관으로 2개월 일한 것 이외 수사 경험이 없는 데 대해 "나도 거시적 관점에선 전문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자신이 헌재 선임연구관으로서 맡았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결부시키면서다.

그는 "공수처가 담당하는 고위공직자 부패범죄라는 특수 영역 수사는 미시적 관점에서만 볼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헌정질서와 직결되는 문제로 제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은 아무리 강한 국가권력의 소유자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는 것이었고 고위공직자 수사 역시 같은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는 제도"라고 하면서다.

김 후보자는 또 "공수처법에 처장의 직무는 업무에 관해 의견을 진술하고 국회에 출석해 보고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차장과 수사처검사, 수사관 등 많은 수사 인력이 있기 때문에 공수처장은 개별 사건 수사에 세세하게 관여하는 것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유지하며 지휘·감독하는 역할"이라고도 했다.

김 후보자는 공수처장 후보 중 유일한 비법대 출신임을 강조하며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인용하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부각하기도 했다.

박근혜 언급하며 “대통령도 법 아래 있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직원들과 함께 향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하철을 타고 첫 출근한 뒤 도보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했다. 뉴스1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직원들과 함께 향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하철을 타고 첫 출근한 뒤 도보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했다. 뉴스1

대형 수사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변호사로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들을 수없이 변호하고 처리했다”며 반박했다고 한다. 그는 1995년부터 3년간 서울중앙지법ㆍ서울북부지법 판사로 재직했다. 이후 1998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자리를 옮겼고, 2010년부터는 헌법재판소에 몸담고 있다.

대형로펌인 김앤장에 근무한 건 사회적 경험 등을 고려해 “적어도 나이 마흔은 넘어서 판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처음으로 출근했다. 그는 출근하면서 만난 기자들에게 ”공수처도 국민께 받은 권력“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의 정치 중립성 우려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갖고 하면 불식될 것“이라고 했다.

그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평소에도 정치적 성향을 잘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헌재에 10년 근무했으므로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검찰보다 센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게 공수처인데 초대 공수처장치고는 너무 나이브(순진)하다”며 “공수처 차장이 실권을 쥐고 흔들 수도 있다”도 평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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