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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빈층 관절염 중산층의 9배

중앙일보

입력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끝났는가-.

극빈층 가운데 상당수는 배운 게 없어 막노동을 하고 그래서 병에 많이 걸린다. 아프다 보니 일을 못해 소득이 줄어들고, 그래서 병 치료도 못하고 자식 교육도 못 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월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1백2만원)에도 못 미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된 김동호(44.서울 은평구)씨.

그는 1984년 유리에 심하게 찔려 왼손을 제대로 못 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7년 교통사고 때 허리와 목을 크게 다쳐 힘든 일을 못한다.

게다가 중학교 중퇴가 최종 학력이다. 그래서 친구 식당 일을 거들어 번 돈과 정부의 생계비 보조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한다.

아들(15)은 근육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지만 비싼 진료비 때문에 치료할 엄두를 못낸다.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해 초등학교 2~3학년 정도의 학력밖에 안된다.

질병과 저교육이 극빈층을 '빈곤의 늪'에 가둬놓고 있는 것이다.

본지와 한국사회보장학회(회장 이규식 연세대 교수)가 올초 삼성생명의 후원을 받아 서울 상계동.구로동.신림동 등 12개 지역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4백20명을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3백명(71.4%)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이들은 30~5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도 그랬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34.5%였다. 만성질환과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은 26%에 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이기우 위원장은 "빈민들은 육체노동을 하면서 병이 생기고, 치료를 제대로 못하는 탓에 노동력을 상실하게 돼 결국 더 가난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서울시민 6만7천49명을 대상으로 '2001년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초생활 수급자가 가장 많이 걸리는 병은 관절염으로 조사됐다.

또 월 소득이 3백만원이 넘는 사람은 인구 1천명당 20.8명만 이 병에 걸렸으나 기초 수급자는 9.2배나 많은 1백91.5명이나 됐다. ▶요통.좌골통은 6.1배 ▶고혈압은 3.8배 ▶소화성 궤양은 3.6배 높았다.

못 배운 것도 가난의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본지의 이번 조사에서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이하인 사람이 38.2%, 중졸이 24.9%로 3분 2 가량이 중졸 이하였다.

노동부의 2001년 임금구조 기본통계에 따르면 저학력이 저임금으로 연결된다. 중졸 이하의 시간당 임금이 4천7백93원인 데 비해 대졸 이상은 1만1백33원으로 2.1배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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