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에 14세 소녀까지···中서 체포된 탈북민 강제북송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7년 인권단체들과 탈북민 가족들이 서울 명동 주한 중구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김경록 기자

지난 2017년 인권단체들과 탈북민 가족들이 서울 명동 주한 중구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김경록 기자

한국으로 오려던 탈북민 5명이 중국에서 체포돼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엔 14세 소녀와 임산부도 포함됐다.

30일 외교부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닐스 멜처 유엔 고문문제특별보고관은 최근 탈북민 5명이 중국에서 체포돼 구금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유엔 측은 이들이 강제 북송 위기에 놓인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 10월 27일 중국 정부에 이를 막기 위한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 따르면 구금된 탈북민은 49세 여성, 48세 남성, 14세 소녀, 6개월 임신부, 신원미상 성인 여성까지 총 5명이다. 이들은 한국으로 가기 위해 지난 9월 12일 중국 선양에서 출발했고, 다음날 중국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青島)에 있는 황다오에서 체포됐다.

실무그룹과 보고관들은 특히 5명 중 한 명이 청소년이고, 다른 한 명은 임신부라 특별한 보호와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이들 5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제 송환이 임박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측은 "유엔과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송환 조치를 중단하고 유엔 기구와 국제적십자사 등이 탈북민과 접촉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한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탈북민 관련 내용은 탈북민의 신변 안전 및 해당국과의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는 중국 내 체포 탈북민들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강제 북송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의 입국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임신부를 포함한 탈북민 5명이 중국의 열악한 시설에서 장기간 억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