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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법 하원 청문회 막아달라…청와대TF, 미 국무부 설득 나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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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에 전단뿐 아니라 각종 외부 정보를 담은 물품을 보낼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대북전단 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발효 절차가 29일 모두 마무리됐다. 미 워싱턴 조야의 강한 반발을 예상치 못한 청와대는 뒤늦게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후 1월 의회 청문회 개최 저지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미 의회 청문회 내달 개최 추진 #‘한·미동맹 부정 영향’ 내세우기로 #비판적 입장인 국무부와 마찰 우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전자결재를 통해 해당 법을 재가했다. 주요 사안에 대한 대통령 재가는 통상 청와대가 공식 발표하지만 전단금지법은 관보에 게재된 뒤에야 재가 사실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지난 24일 서훈 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TF를 출범했다. 핵심은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주도하는 미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전단법 청문회를 막는 것이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청문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무부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무부가 ‘청문회 개최가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강하게 의견을 피력한다면 청문회 개최를 막거나 미룰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무부 역시 “북한에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 계속돼야 한다”며 사실상 비판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청문회는 이르면 내년 1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점과 맞물릴 수도 있다. 임기 5년차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로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적극적인 북핵 협의를 통해 조기에 북·미 대화를 재개하고 남북관계 개선도 추진할 요량이었는데 전단법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 복수의 대미 소식통들은 워싱턴에서는 전단법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는 인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풍선에 담아 날리는 전단’이 접경지역 주민들에 끼치는 위협에 초점을 맞추지만, 미국과 국제사회가 더 문제로 보는 건 법이 전단 외에 ‘보조기억장치 등 물품,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까지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한국 드라마를 담은 USB를 보내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표현은 ‘물품’이지만 여기엔 USB나 SD카드, DVD도 포함되고 이는 거기에 담는 ‘무형의 정보’까지 막는다는 뜻”이라며 “미 국무부가 지원하는 북한에 대한 외부정보 유입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이란 게 워싱턴의 시각이어서 외교적 마찰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송영길 발언, 북 주장과 유사”=“전단금지법은 풍선을 띄우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주민들의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입히거나 중대한 위협이 될 때 금지하는 것”이라는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지난 21일 ‘38노스’ 기고문에 대해 미 조야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정권을 건재하도록 남겨두는 것은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 향상을 위해 피상적이고 허울뿐인 노력만 한다는 것으로 의미한다”고 밝혔다. 에반스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도 24일 “송의원은 (법안 처리가)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결과라고 하지만 현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고 비판했다.

유지혜·김다영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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