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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서울시, 동부구치소 방역 실패 "네 탓" 책임 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어제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의 확진자가 추가돼 지금까지 이곳에서만 총 757명이 감염됐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어제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의 확진자가 추가돼 지금까지 이곳에서만 총 757명이 감염됐다. 연합뉴스

서울 동부구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초기 대응을 놓고 법무부와 서울시가 29일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 수용자 중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 전수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법무부가 "서울시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돌리자 서울시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발하면서다.

법무부 "전수검사 요청을 서울시가 수용 안 해" #서울시 "법무부 요청 자체 없었는 데 황당하다"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누적 762명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누적 762명까지 늘었다. 전날 오후 1시 기준 확진자 748명보다 14명 증가했다. 확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31명 중 일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2003년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사건의 주범인 윤창열(66)씨가 수감 중 감염된 뒤 치료를 받다가 지난 27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구치소 관련 전체 인원은 직원 425명과 수용자 2419명이다. 관련자 4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동부구치소에서는 지난달 27일 최초 확진자가 나왔다. 직원 1명이 가족으로부터 감염됐다. 이달 12일까지 접촉자를 중심으로 총 499명 진단검사를 한 결과 직원 11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13일에는 전 직원(425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해 직원 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법무부 "서울시·송파구가 전수조사 큰 의미 없다 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2021년 신년 사면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2021년 신년 사면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보름여가 지난 14일 수용자 중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때 수용자 전수검사를 하지 않았다. 수용자 전수검사는 수용자 중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나흘이 지난 18일 실시했다.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외부병원 계호(경계·보호) 근무자가 수용자들과 밀접하게 접촉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는 관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돌렸다. 법무부 측은 "역학 조사 시 수용자 전수검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에서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추진하기는 곤란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법무부 전수조사 요청 자체가 없었다" 

서울시는 하지만 법무부의 해명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는 갑자기 늘어난 확진자들에 대한 신속한 기초역학 조사 수행과 병상 배정 신청이 주요 이슈였다"며 "법무부가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한 사실 자체가 없고, 요청했더라도 반대할 사항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14일 수용자 첫 확진 판정 직후 전수조사를 시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구치소가 오히려 통제되는 공간이라 확진자의 동선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사하는 게 낫다고 역학조사관이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전수조사 결과 동부구치소 대규모 감염 실태가 드러났다. 직원 한 명과 수용자 184명이 추가로 확진됐기 때문이다. 23일 2차 전수검사에서는 직원 2명과 수용자 28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25일 수용자 12명이 확진됐고, 27일 3차 진단검사에서 수용자 233명이 또 감염됐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구치소 확진자 345명은 경북북부제2교도소(청송교도소)로 이송됐다.

심지어 동부구치소의 과밀 수용 문제를 해소하려 타 교도소로 이송된 음성 판정 수용자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으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서울남부교도소로 이송된 수용자 16명이 이날 확진됐다.

전문가들은 초기 방역 대응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파트형으로 신축된 동부구치소가 '밀접·밀집·밀폐'의 3밀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다 수용자들의 마스크 착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즉각 전수조사해야 했다"며 "진단 결과 음성이 나오더라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용자들을 개별적으로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스1

브리핑 직접 나와서 사과 안한 추미애 

사태가 커지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사과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교정시설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 장관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신년 특별사면 발표자로 나섰지만,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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