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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노트] BTC의 나홀로 질주... 알트시즌은 영영 안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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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소냐's B노트] "비트코인이 오르면 알트코인은 더 오른다." 이 법칙이 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17년 상반기 900달러대 머물렀던 비트코인이 당시 신기록인 1000달러를 돌파하던 때였죠. 이때 XRP는 무려 5300% 올랐고 이더리움(1060%)ㆍ스텔라루멘스(3200%)ㆍ라이트코인(700%) 등 나머지 알트코인도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줬습니다. 최초의 알트시즌(Alt season)이 찾아온 겁니다. 그해 연말, 알트코인은 또 한 번 시장을 떠들썩하게 합니다. 2017년 말~2018년 초 비트코인이 2만달러 고지를 앞둔 시점에 XRP와 스텔라루멘스가 각각 1508%, 526% 폭등한 겁니다. 다른 코인들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유례없는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비트코인이 매번 신고가를 찍을 때마다 알트시즌이 도래했습니다. 그리고 올 12월, 비트코인이 2만7000달러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조만간 알트시즌이 오는 신호일까요. 시장 추이를 보면 그렇다고 예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의 나홀로 질주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시장 파이가 같이 커져야 알트코인에게 기회가 갈 텐데, 지금은 한정된 파이를 비트코인이 독식하는 모습입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만으로는 더 이상 알트시즌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비트코인 점유율 82%, 알트시즌은 저 멀리에?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알트시즌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는 비트코인 도미넌스(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알트시즌이 왔던 2017년 2월~2018년 1월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95%에서 37%로 하락했습니다. 알트코인 가격 상승률이 워낙 높다보니 상당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서 알트코인으로 옮겨갔던 거죠. 당시엔 ICO 투자 열기도 뜨거워서 투자자들이 수 개 이상의 알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게 흔한 시절이었습니다.

그후 암호화폐 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오고 알트코인 가격이 90% 넘게 낙폭하면서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50% 이상으로 올라왔습니다. 위기 땐 알트코인이 비트코인보다 크게 요동칩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악의 경우 알트코인은 망해도 비트코인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강한 신념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ICO 붐도 다 꺼진 이 시점에서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저때만큼 하락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현재 도미넌스는 82%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치까지 올라온 상태입니다. 최근 XRP 대규모 매도가 이어지면서 알트코인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고, 비트코인 점유율은 더 늘어났습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인기를 독차지할수록 알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이더리움이 떠야 알트시즌 온다?

그렇다면 알트시즌은 영영 오지 않는 걸까요. 암호화폐 분석가 조셉 영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이더리움 강세가 시작되면 알트시즌이 도래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알트코인 가격은 중추 역할을 하는 이더리움의 실적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대비 어느 정도 탄력을 받으면 나머지 알트코인들도 동반 상승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역대 최고가인 1400달러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에 그칩니다. 하지만 가격 상승률로 본다면 연초 대비 4.8배로 비트코인(3.5배)보다 성적이 좋습니다. 이더리움의 향후 미래도 낙관적입니다. 지난 수년간 기다려온 이더리움 2.0이 12월 마침내 출시됐기 때문인데요.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킹에 참여하며 이더리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더리움 2.0이 완성되기까지 가야할 길이 멉니다. 하지만 이미 첫 발을 뗐습니다. 이더리움 2.0이 단계를 밟아나갈수록 이더리움의 가격도 더욱 올라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반대 입장도 존재합니다. 이번 상승장을 이끈 게 기관들이기 때문에 알트시즌을 보기 어렵다는 주장인데요. 실제로 기관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디지털 금' 비트코인뿐,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은 관심 밖입니다. 기관 주도의 강세장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간 격차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란 게 이들의 관측입니다. 

#XRP는 사상 최대 위기, 다른 알트코인은 관심 밖 

이더리움과 달리 시총 4위인 XRP는 전례없는 위기에 몰린 상태입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XRP 발행사 리플과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라센 공동창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인데요. 13억달러 상당의 미등록 증권 XRP를 판매했다는 혐의입니다. 스테파니 아바키안 SEC 집행위원장은 "리플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리플 사업에 대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고, 투자자 보호 또한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SEC의 주장대로 XRP가 증권으로 간주되면 리플은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미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인베이스와 비트스탬프를 비롯한 다수 암호화폐 거래소가 XRP를 상장폐지 혹은 거래중단을 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그 결과 코인마켓캡 기준 29일 XRP 가격은 0.227달러로 전일 대비 19.26% 급락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올라간 것도 XRP 위기에서 비롯됐습니다. 알트코인 시장에서 이더리움이 따낸 점수를 XRP가 깎아먹은 셈입니다. 

그 외 알트코인의 성적도 지지부진합니다. 시총 5위 라이트코인은 페이팔이 구매 서비스를 론칭해 최근 급등세를 보이긴 했으나 아직은 최고가 대비 5분의 1 수준입니다. 시총 6위 비트코인캐시는 최근 하드포크 이후 아직까지 드라마틱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진짜 알트시즌이 오기 위해선

알트시즌의 도래에 대한 업계의 관측은 서로 엇갈리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무작정 비트코인만 믿고 기다려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화되면 알트코인이 진가를 발휘할 거다"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하락하면 알트코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등의 관측은 모두 비트코인 중심의 사고입니다. 알트코인 관점에서 알트시즌을 예측하는 게 어렵다는 건 알트코인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트코인이 비트코인보다 돋보이려면 디파이 열풍처럼 뭔가 참신한 게 있거나, 실제 유용가치를 입증해야 합니다. 올해 디파이는 이자농사와 자동화 마켓 메이커 등 독창적인 발상으로 비트코인에 쏠려 있던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죠. 하지만 알트코인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2017년 ICO 붐이 꺼진 후 많은 프로젝트가 자취를 감췄고, 남아 있던 프로젝트 중에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진정한 알트시즌의 도래는 바로 알트코인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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