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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법무차관 폭행 ‘스모킹건’ 블랙박스 포렌식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음주 폭행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앞두고 피해 택시기사의 블랙박스 'SD메모리 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6일 사건 당시 찍혔던 이 차관 관련 영상은 이미 자동삭제 됐지만, 향후 수사에서 SD메모리 카드에 담겼던 영상이 디지털 포렌식 작업으로 복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택시기사 A씨는 이 카드를 교체하지 않고 계속 사용 중이다.

"이 차관 사건을 재수사해달라"는 시민단체의 고발을 접수한 검찰은 지난 24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 넘겨 수사를 지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택시기사 "재수사하면 출석하겠다"

지난 28일 만난 택시기사 A씨는 “폭행 사건 당일 사용했던 블랙박스 16기가바이트(GB)짜리 SD메모리 카드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검찰이 재수사로 부른다면 또 나가서 있는 대로 사실을 말하겠다"며 "기록이 나오든 안 나오든 검찰이 포렌식 한다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나는 이미 합의를 했으니 나 자체로는 끝난 일이다"며 "재수사를 하더라도 (이 차관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블랙박스 포렌식 "가능할 수도"

A씨의 택시에 설치됐던 블랙박스는 폭행 당시 택시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객관적 증거로 꼽힌다. 만약 블랙박스를 통해 이 차관의 폭행이 '운전 중'에 일어난 일로 파악된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특가법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지에 상관없이 가해자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택시기사 A씨가 사용한 블랙박스 기종. 이가람 기자

택시기사 A씨가 사용한 블랙박스 기종. 이가람 기자

파출소에서 블랙박스를 확인하지 못한 A씨가 찾아간 블랙박스 수리업체 측은 "디지털 포렌식이 어렵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통상 블랙박스는 한나절 이내에 확인하지 않으면 영상이 지워진다"며 "A씨가 우리에게 왔을 때도 영상이 지워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상이 복구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디지털 포렌식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블랙박스 영상은 덧씌워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복구가 어렵다"면서도 "아직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니 수사 의지가 있다면 조속하게 포렌식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A씨는 신고 당시 "'목적지에 다 와 갈 무렵'에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가 이후 경찰 조사에서 "차가 멈춰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경찰 진술에 따라 이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판단했다. 사건 초기에 전용뷰어를 설치하지 않은 채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 ‘저장된 영상이 없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결국 확보할 수도 있었던 블랙박스 영상과 폐쇄회로(CC)TV를 놓친 셈이다.

이번 주 검찰 재수사 본격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6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기사를 폭행한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 박현주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6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기사를 폭행한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 박현주 기자

재수사가 진행된다면 검찰은 경찰의 1차 수사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 영상 포렌식과 서울시의 택시 위치정보시스템 조회 등 사건 당시의 객관적 상황에 대한 조사는 필수적이다. 이 차관이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경찰의 증거 확보와 판례 적용이 적절했는지 등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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