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격리 영국인 200명 하루새 잠수탔다···스위스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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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수백명이 격리 지침을 어기고 사라진 스위스 베르비에의 스키 리조트. [AFP=연합뉴스]

영국인 수백명이 격리 지침을 어기고 사라진 스위스 베르비에의 스키 리조트. [AFP=연합뉴스]

영국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를 차단하려는 스위스 보건 당국의 노력이 자칫 수포가 될 위기에 처했다. 스위스의 한 유명 스키장에서 영국인 관광객 수백명이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채 사라지면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위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고, 영어를 쓰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마저 퍼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 방역 당국은 이날 스위스 바그네스자치구 베르비에 스키 리조트에 묵고 있던 영국인 수백명이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기고 사라졌다고 밝혔다. 베르비에 스키장은 '작은 런던'이라 불릴 정도로 영국인들이 자주 찾는 휴양지다. 겨울철이면 이 지역 관광객 5명 중 1명은 영국인으로 채워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 영국에서 전파력이 강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스위스 방역 당국은 14일 이후 입국한 모든 영국인에게 열흘간 자가 격리를 명령했다.

베르비에에 묵고 있던 영국인 중 이 지침에 따른 격리 대상은 420명이었다. 그런데 이들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이 격리 명령 하루 만에 사라졌다"다고 현지 매체 손탁자이퉁이 전했다.

지난21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르비에의 스키 리조트에서 한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21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르비에의 스키 리조트에서 한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소 200여명이 방역 지침을 어기고 스위스 당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이런 사실은 호텔 직원들에 의해 하나둘 드러났다. 객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도 문 앞에 식사가 그대로 있어 확인해보면 이미 방을 비우고 사라진 경우가 부지기수였던 것이다.

손탁자이퉁은 스위스와 영국을 잇는 항공편이 20일부터 운항하지 않고 있어  관광객들이 어디로 갔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일부 관광객은 프랑스 등 인근 나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손님들이 프랑스에서 전화를 걸어 당초 예약한 대로 숙박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지 문의했다는 것이다.

바그네스 자치구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어둠을 틈타 달아났다"며 "스위스인들이 영어를 쓰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분노하고 있다"고 현지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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