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복귀 뒤…'검찰개혁 시즌2' 이 가는 與 "하나하나 고칠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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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8일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에 대해 "20대 국회 때도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돼야 된다는 점은 공감대를 이뤘다"며 "한꺼번에 가기 어려우니 중간단계로 일부 수사는 검찰이 그대로 하고 나머지 수사는 경찰이 하는 식으로 조정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8일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에 대해 "20대 국회 때도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돼야 된다는 점은 공감대를 이뤘다"며 "한꺼번에 가기 어려우니 중간단계로 일부 수사는 검찰이 그대로 하고 나머지 수사는 경찰이 하는 식으로 조정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추·윤 갈등’ 에서 밀린 여권은 검찰의 수사권 조기 박탈에 집중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게 하고, 수사는 독립된 수사청을 만들어 (부여)하거나 경찰 내부에 칸막이를 쳐 (수사권을 주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관련법을) 입법해야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분야(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한정되지만, 이마저도 빼앗겠단 강수를 둔거다.

민주당 최고위는 이날 회의를 열어 기존 권력기관개혁TF를 ‘검찰개혁특별위원회’로 확대·개편한 뒤 “‘검찰개혁 시즌2’를 추진하고 더 완전한 검찰개혁 완수에 사력을 다하겠다”(최인호 수석대변인)고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개혁특위는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 전원(11명)과 판사 출신 이수진·이탄희 의원,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 변호사 출신 오기형 의원을 포함한 18명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특위다. 한 소속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로드맵을 만들 것”이라며 “잘못된 검찰 관행도 하나하나 고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쏟아진 ‘검찰개혁 시즌2’ 말말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민주당에서 쏟아진 ‘검찰개혁 시즌2’ 말말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백가쟁명’식 검찰 권한 빼앗기 방안

민주당 발(發) ‘검찰개혁 시즌2’ 주장은 윤 총장의 직무복귀(지난 24일)를 전후로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완벽하게 ‘기관 대 기관’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가 안 되면 과도기적으로 검찰에 기소부를 별도로 두는 방안도 있다”며 “최근 검찰의 저항을 보며 그 반작용으로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운하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검찰청법을 폐지하고 ‘공소청법’을 제정해 검찰을 공소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오기형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수사권을) ‘공룡 경찰’의 우려가 있는 경찰조직에 이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무부 산하에 수사청과 기소청을 두고 검사들은 기소청에만 두자”고 제안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직무정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면서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의 직무정지에 대해 법원이 효력 집행정지(지난 24일)하자 여권에서도 추 장관 경질론이 커져왔다. 임현동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직무정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면서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의 직무정지에 대해 법원이 효력 집행정지(지난 24일)하자 여권에서도 추 장관 경질론이 커져왔다. 임현동 기자

이수진·이탄희 의원은 일정 경력을 가진 변호사에게 검사 임용 자격을 주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지난달과 이달 발의한 상태다. “검찰은 상명하복의 문화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수사를 하는 군인 같은 것”(이탄희 의원)이라거나 “충분한 법조 경험이 없이 막강한 수사권을 가진 검사가 조직 우선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빠질 수 있다”(이수진 의원)는 이유를 들었지만 ‘검찰 힘 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처럼 검찰도 무작위 사건 배당을 도입해야 한다”며 “윤 총장이 수사할만한 사건을 끌어와서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자기 사람에게 맡기는 행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소배심·배심재판 도입 ▶전관예우 금지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 “즉자적 판단 아니다” vs 야 “檢 손발 묶겠단 것”

그러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분야로 한정한 건 민주당과 정부였단 점에서 자가당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범여권 군소정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올해 1월 통과시켰고 지난 9월 시행령 마련에도 관여했다. 여권은 “지금 닥친 상황에 즉자적으로 나온 거라고 얘기하나 (검·경 수사권 분리는) 공수처보다 더 오랜 문제”(박주민 의원)라고 해명했다.

지난 24일 법원의 징계효력 집행정기 결정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25일부터 대검에 출근했다. 여권의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수사검사가 기소도 못하고 재판 참여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4일 법원의 징계효력 집행정기 결정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25일부터 대검에 출근했다. 여권의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수사검사가 기소도 못하고 재판 참여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제도적 검찰개혁에 서두르는 건 윤 총장 직무복귀 이후 마땅한 압박 기제가 입법 외에는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윤 갈등’에서 패배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교체와 개각이 가까워졌고 문재인 대통령도 사과(지난 25일)하면서 윤 총장을 직접 거론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 되레 174석 거여의 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윤 총장을 우회 압박하겠단 취지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3선 의원은 “원래 검찰개혁 본질은 윤 총장 거취가 아닌 제도 개혁”이라며 “대통령까지 사과한 상황에서 당이 발을 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야권은 반발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8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오늘 검찰개혁특위를 발족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개혁의 실체는 다름 아닌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라며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검찰의 손발을 꽁꽁 묶겠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효성 기자 kim.hy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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