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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터 못트니 핫팩으로 버텨라" 동부구치소 초유의 이송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백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재소자들을 230㎞ 떨어진 타 지역 교도소로 이감하는 전례 없는 이송 작전이 벌어졌다.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515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자 이들을 격리치료 하기 위해 수백명의 재소자를 청송교도소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이송 차량서 감염 막아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확진자들이 28일 오전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위치한 경북북부 제2교도소(청송교도소)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확진자들이 28일 오전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위치한 경북북부 제2교도소(청송교도소)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재소자 이송은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라 이뤄졌다. 확진자를 호송 버스로 이송할 때 지켜야 하는 것으로 방역당국이 꼽은 첫 번째 조건은 무(無) 히터다. 겨울이라 난방을 위해 차량 내에 히터를 가동해야 하지만 히터 가동 시에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전파될 수 있어 히터를 틀지 말 것을 권고했다.

 대신 차량에 탑승하는 수용자에겐 핫팩을 지급하도록 했다. 차량에 함께 탑승하는 직원과 차량 운전사를 위해서 공간도 분리했다. 공기 이동을 막기 위해 수용자들이 탑승하는 곳은 천장 환기 팬을 틀도록 했다. 동승한 직원은 레벨 D의 보호복을 착용했다. 재소자들은 KF94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했다.

한 달 사이 515명 왜 나왔나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0일 오후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0일 오후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동부구치소에 수용된 인원은 2400여명. 이 가운데 확진된 사람은 총 515명에 이른다. 전체 수용자의 5분의 1이 감염됐다는 얘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동부구치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처음 직원이 확진된 이후 27~28일에 직원과 수감자 300여 명을 검사한 결과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밀접접촉자를 가려 수용자 가운데 일부만을 선별 검사했지만, 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전수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 5일 직원 가운데서 증상자들이 나타나면서부터다. 박 국장은 “관련된 검사를 하면서 확진자가 나왔고, 가족과 직원 중심으로 나오다가 지난 14일에 구치소 수감자로부터 확진자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첫 확진자 발생과 수감자 확진 사이에 보름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종합상황실'을 꾸려 본격적인 대책 마련이 시작된 것은 지난 14일 이후였다. 서울시와 송파구, 법무부는 그제야 전수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가려냈다. 박 국장은 “초기에는 확진자가 직원과 직원 가족 중심으로 나왔고, 역학조사를 통해 검사 범위를 정하는 상황으로 수감자(확진)가 나오고 난 뒤 전수검사를 통해 대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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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에 차려진 '종합상황실

 무더기 집단감염이 발생한 동부구치소에는 현재 종합상황실이 설치된 상태다. 수도권 질병 대응센터와 서울시, 송파보건소, 법무부가 참여 중으로 법무부에서 현장대책반을, 동부구치소에서 상황대응반을 돌리고 있다. 현재 동부구치소에는 의사 4명과 간호사 9명이 남아있는 확진자와 수감자를 관리하고 있다. 남아있는 수감자는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중이다. 박 국장은 “서울시에서 역학조사실장을 파견해 위험도 평가와 접촉자 재배치 등 역학조사 관련 부분을 같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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