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한수원이 꿈꾸는 미래 원자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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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어릴 적 친구들과 갖고 놀던 돌멩이나 나뭇가지는 요즘으로 치면 ‘블록’이다. 요즘 아이들이 블록을 가지고 성이나 로봇을 만들 듯, 장난감이 많지 않던 시절엔 돌멩이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미래의 원자력 산업의 핵심은 블록이다. 블록을 산업 공정에서 쓰이는 말로 하자면 바로 모듈화 공법이다. 주로 자동차 공장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개발 등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필요한 기능을 최소한의 공간에 일체화시켜 막대한 인프라 비용을 줄여준다.

원자력발전소의 필수적인 기능을 집약한 소형모듈원자로는 원전의 미래다. 소형모듈원자로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기존 원전보다 건설과 전력망 구축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단기간에 추가 건설을 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

이때문에 원전의 소형화는 세계적 트렌드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초소형원전 육성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원과 더불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방안으로 초소형원전을 선택했다. 전세계적으로 소형모듈원전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도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수원도 원자력연구원과 함께 한국형 소형원자로인 SMART로 소형원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SMART 원전은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을 한층 높인 설계사항에 대한 변경인가를 추진 중이다. 사막이 많아 전력망이 부족한 사우디아라비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은 이미 현지에 소형원전을 건설하고 실증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SMR도 개발 중이다. SMART보다 계통을 단순화하고 모듈화를 강화했다. 제어봉을 내장화해 설계 혁신성을 강화하고 안전성도 더욱 높였다. 한수원은 SMR을 앞세워 변화하는 세계 원자력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제는 SMR보다 더 작은 초소형 원자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소형 원자로는 트럭에도 실을 수 있어 섬에도 설치가 가능하기에 탄소 배출량 저감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의 에너지원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원자력발전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진화 중이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쌓아온 우리나라는 소형 원전 무대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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