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저출산 해결하려면 일·생활 균형 대책을

중앙일보

입력 2020.12.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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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법제에서 ‘일·가정 양립’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당시 ‘남녀고용평등법’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됐는데, 개정 이유로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여성 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기 위하여 일·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후 ‘일·가정 양립 지원’은 계속 강조돼 양육 관련 법제 개선이 이뤄졌고, 관련 예산도 증가해왔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올해 출산율은 0.8명대가 확실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5일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기본계획의 4대 추진전략 중 하나는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이고, 이에 속하는 과제로 ‘모두가 누리는 워라밸’이 포함돼 있다. 그 핵심 내용은 육아휴직제도의 개선으로 보인다.

즉, 고용보험제도의 단계적 개선에 따라 육아휴직 급여 대상을 프리랜서·자영업자 등으로 확대하고, 생후 12개월 내 자녀가 있는 부모 모두 3개월 육아휴직 시 각각 최대 월 300만원을 지원하며, 4개월 이후 육아휴직 급여 수준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또 우선 지원 대상기업의 근로자가 만 0세 이하 자녀에 대해 3개월 이상 육아휴직 사용 시 3개월간 월 200만원을 지원하고, 중소·중견기업 육아휴직 근로자의 인건비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기업·여성·정규직·임금근로자 위주로 사용되는 육아휴직을 남성·비정규직·중소기업 근로자, 더 나아가 자영업자로 확대하고 휴직 기간 중 소득보장 수준의 개선을 지향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와 사업주의 부담을 줄여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보험제도 개선과 연결된육아휴직 급여 대상 확대가 신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여성 취업자 중 프리랜서가 많고, 남녀 불문하고 특고·플랫폼노동자 등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임금근로자 중심의 지원제도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지난 15년간 정부의 여러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계속 낮아졌다. 이제 전향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여전히 가사와 가족돌봄에 치우쳐 있는 여성의 시간과 직장에 치우쳐 있는 남성의 시간 간의 균형을 맞추는 관점이 정립되어야 한다. 양립은 ‘맞섬’을 의미하지만, 균형은 ‘조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일·가정 양립을 넘어 일·생활 균형을 맞추어갈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이 토대 위에서 비로소 자유로운 출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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