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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박근혜 정부, 문화계블랙리스트 작성은 위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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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지원을 받지 못하게 한 정부의 공권력 행사는 헌법에 어긋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3일 헌재는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은 2017년 4월 “‘야당지지’를 선언하거나 ‘세월호 참사’ 등 특정 이슈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며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에는 이윤택 예술감독과 연희단거리패, 서울연극협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윤한솔 연출가와 그린피그, 시네마달, 정희성 작가 등이 참여했다.

헌재는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 결정권에 ‘중대한 제한’인 만큼 법적 근거가 필요함에도 블랙리스트는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정보수집 행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인에게 지원을 차단하는 위헌적 지시를 위한 것인 만큼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정치적 견해를 기준으로 특정 예술인을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것 역시 ‘자의적인 차별’이라며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특정 견해나 이념에 근거한 제한은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며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 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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