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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으로 정보 유입 확대가 최우선” 대북전단법 비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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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22일 국무회의에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국 국무회의서 법안 의결한 날 #미 국무부 “북 주민에 정보 제공 #다른 국가와도 계속 협력할 것” #이인영 “법 시행 차질 없게 추진”

같은날 미국 국무부는 “대북 정보 유입이 우리의 최우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flow)을 증진하는 것이 미국의 최우선 사안(priority)”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에 의해 통제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해 미 의회 등의 비판이 나오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는 데 대한 국무부의 입장, 또 전단 살포 등이 북한 인권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묻는 데 대한 답이었다.

국무부는 14일 국회의 법 처리 직후만 하더라도 입장 요청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법 발효 확정 단계가 다가오자 입장이 변한 것이다. ‘반대’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의 비판으로 볼 소지가 있다. 국무부가 제3국의 입법 사안에 이처럼 구체적 입장을 표명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도 하다.

국무부는 또 “북한과 관련, 우리는 자유로운 정보의 공급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비영리단체(NGO) 및 다른 국가 등 파트너들과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증진할 수 있도록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정보 유입이 북한 인권 증진의 주요 수단이란 점을 다시 강조하며, 관련 NGO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명확히 한 셈이다. 통일부가 “전단 살포로 오히려 북한 당국의 사회 통제가 강화돼 북한 주민의 인권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만 야기된다”(17일 배포 자료)고 주장한 것과 전혀 다른 입장이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는 전단의 해악만 강조하는데, 미국 내에서는 그보다 법이 전단을 넘어 보조기억장치 등 각종 물품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실제 시민단체들은 조류를 이용해 한국 드라마나 미국 영화 등을 담은 USB를 북한에 보내는 식으로 정보 유입 활동을 진행해왔다. 국무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들도 있었다. 하지만 새 법에 따르면 이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교가에서 “국무부를 불법 조장 단체로 만들 수도 있는 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연일 ‘방어 모드’다. 통일부는 지난주 50여개 주한 외교공관에 법 개정 관련 설명자료를 제공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법 시행 전까지 해석지침을 제정해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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