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병원 내놓은 의사 “중증환자 보낼 곳 없어…우리가 받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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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부섭

김부섭

연일 1000명 안팎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나오면서 중증 환자 병상이 동났다.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즉시 가용 가능한 중증 환자 병상은 21일 기준 전국 31개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환자 병상 포함 총 119개의 병상을 내놓은 의사가 있다. 경기도 남양주의 김부섭(사진) 현대병원 원장이다.

김부섭 남양주 현대병원 원장 #전담병원 자청, 119개 병상 제공 #중환자 치료장비 13억어치 구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17일 현대병원을 코로나19 거점 전담 병원으로 추가 지정했다. 경기북부 민간 종합병원 가운데 첫 번째다. 현대병원에는 총 375개 병상이 있고, 전문의(67명)와 간호사(173명) 등 의료진 240명을 포함해 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현대병원은 26일 중환자 병상 10개를 먼저 열고 내년 1월 15일까지 공사를 마쳐 중환자 병상 25개, 준중환자 병상 18개, 경증환자 병상 76개 총 119 병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음압격리병실에서도 신장투석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김부섭 원장은 21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틀 넘게 환자가 전원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목포, 안동까지도 환자를 보냈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우리가 받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현대병원은 지난 3월부터 이미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 인공호흡기 15대 등 의료장비도 13억 원을 들여 구매했다. 김 원장은 “지난 8월 2차 대유행 때부터 환자를 다른 곳에 보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책임지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는 불만부터 병원 손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직원들은 김 원장의 결정을 따랐다. 그는 “손실 문제는 아예 따질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의 부모님이 있는 직원들을 위해 원룸 5개도 마련했다”며 “의료진과 직원이 감염으로부터 안전해야 환자도 받을 수 있다, 보호장비 등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병상을 추가로 마련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이다. 병원 측은 중수본에 추가 인력을 요청한 상태다. 김 원장은 “호흡기 내과 의료진도 다음 달에 추가 구인했다”며 “우리 의료진은 지난 10개월간 훈련이 됐지만 반대로 피로 누적도 심하다, 장비는 병원에서 마련했지만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숙달된 의료 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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