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까지 불똥튄 '이용구 폭행'···김웅 "수사권 뺏어야" 댓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정경제 3법 관련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정경제 3법 관련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달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했던 사건이 수사권 조정으로 예민하던 검경 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검찰 쪽에서는 내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되면 이번 사건처럼 경찰 수사에 그치고 검찰로 보고가 없어 암장(暗葬)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찰 쪽에서는 적법한 사건 처리라는 입장이다.

21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용구 차관은 변호사로 일할 때인 지난달 6일 밤늦은 시간 서초구 한 아파트에서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택시 기사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파출소로 임의동행했고,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이용구 차관 택시 사고로 불똥 튄 검경 관계

이후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 차관에게 출석요구를 했다. 하지만 이후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와 경찰은 이 차관을 형사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지난 12일 내사종결로 처리했다. 내사종결된 사건은 검찰에도 보고되지 않는다. 내사종결이 아닌 경찰에서 사건번호가 나온 ‘입건’일 경우에만 관할 검찰청에 보고돼 지휘를 받는다. 서초경찰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담당하고 있다.

경찰 측은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따르지 않고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하면 내사 종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2015년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조항이 개정되기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에서 운전자 폭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은 하급심 판례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한 현직 경찰도 “운전자를 폭행했을 때 다른 승객이나 주변 차량 등 공공의 안전에 해를 가할 경우를 위해 특가법이 개정된 것”이라며 “아파트 앞에 세워 놓은 차량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자의적인 수사 종결이다’고 몰아 세우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김경율 회계사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다. [사진 페이스북]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김경율 회계사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다. [사진 페이스북]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경찰의 자의적인 법 해석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행안위 간사인 박완수 의원은 이날 오후 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경찰은 판례를 얘기하며 법 적용을 잘못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법에 명문 규정이 있는데 자꾸 판례를 들어 특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검사로 일할 당시 대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입건해서 검찰에 송치한 뒤 판단을 받아야 하는 건데 이례적으로 내사종결을 했다”고 주장한다. 현직 검사도 “파출소에서 훈방 조치하는 사건을 내사종결하는 경우는 많이 봤는데, 경찰서까지 보고된 사건이라 의아하다”고 말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에서 ‘수사종결권’ 재논란

김 의원은 이날 해당 사건이 경찰이 적용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 차관이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 페이스북에도 “법조문을 못 읽는 조직이니 수사권을 뺏어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으로 불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할 경우에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규정해, ‘혐의없음’ 판단을 내린 경우에 경찰 선에서 수사를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구 차관 사건의 경우 경찰 내 ‘입건’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적용되는 사례는 아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경찰서에 가서 조사만 받아도 입건되도록 하는 수사 규정도 신설돼 수사권 조정안 시행과 함께 유사한 논란은 계속 일어날 수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