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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최강 항모 아시아 온다…中 "아편전쟁이라도 하겠단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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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아시아로 돌아온다. 영국 최강의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이 2021년 새해 벽두부터 아시아에 전개돼 이후 일본에 장기 주둔할 예정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중국에 대한 압박이다. 새해 동북아의 파고가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영국 최강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 #내년 1월 아시아 전개되며 중국 압박 강화 #중국 포위가 지역서 세계 차원으로 격상돼 #일본에 장기 주둔하며 미 항모 전단과 합류 #범태평양-범대서양 차원의 반중 동맹 촉진

영국 최강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내년 1월 아시아에 파견해 중국 압박에 나선다. 중국은 “새로운 아편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 최강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내년 1월 아시아에 파견해 중국 압박에 나선다. 중국은 “새로운 아편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7월 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영국군이 중국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근해에 항공모함이라도 보낼 참인가, 새로운 아편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며 영국을 조롱조로 비판했다.

그런 영국 항모의 중국 근해 파견이 현실화되고 있다. 자연히 ‘제2의 아편전쟁’ 운운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는 지난 16일 ‘아시아로 돌아온 영국의 중국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무엇인가’라는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먼저, 미 항모 전단엔 못 미치나 중국을 압도하기엔 충분하다는 영국 최강의 항모 전단을 아시아에 전개하는 이유가 뭔가. 두 가지 요소가 영국의 결심을 촉진했다. 하나는 아시아에 믿을만한 항모 기지가 생긴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주장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중국몽(中國夢)’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주장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중국몽(中國夢)’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뉴시스]

영국은 지난 9월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마치 20세기 초 영·일 동맹처럼 양국 관계가 가까워지며 항모의 일본 주둔이 가능해졌다. 미 7함대 거점이 있는 사세보(佐世保) 기지가 유력한 영국 항모 주둔지로 거론된다.

다른 하나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지난 6월 통과되며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데 자극을 받은 영국이 ‘항행의 자유’ 보장이라는 구실 말고도 해외에 주둔할 필요가 생긴 점이다.

둬웨이는 영 항모 전단의 아시아 배치는 군사적 의미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크며 바로 그 점이 중국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영국의 대중 압박 참여는 미 정부의 중국 포위를 지역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통과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정치적 자유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과 같다. 과거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은 거세게 반발하며 중국과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통과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정치적 자유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과 같다. 과거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은 거세게 반발하며 중국과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일부 아시아 주요 대국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은 각국의 이익 관점에서 출발해 점차 동맹으로 발전하는 신형 지역 전략인데 이게 역외 국가인 영국의 참여로 글로벌 수준의 반(反)중국 네트워크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영국이 갖고 있는 여러 개의 특수한 ‘신분’이 중국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국은 영어권 및 영연방 국가 중 핵심 국가로, 영국의 반중 전략은 영연방 나라들엔 물론 영어를 사용하는 세계 모든 국가에 마치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

영국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요 국가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합류하기를 바라는 프랑스 및 독일 등과 함께 향후 범태평양 및 범대서양 차원의 서방국가 간 동맹을 결성해 중국에 대항하는 중요한 걸음을 이번 항모 파견으로 내딛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은 중국에 가장 위협적이다. 미 본토의 도움 없이도 중국 해군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시스]

미국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은 중국에 가장 위협적이다. 미 본토의 도움 없이도 중국 해군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시스]

영국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과 함께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기도 하다. 영 항모의 일본 주둔은 파이브아이즈에 가입하기를 원하는 일본의 염원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의 아시아 전개는 과거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계획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새로운 대중 전략과 맞물려 중국에 대해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둬웨이는 전망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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