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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사스 공포' 다시 고개

중앙일보

입력

외국인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사스) 의심환자가 나타나면서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1일까지만 해도 사스 추정환자 K씨(41)가 퇴원한 데 이어 8일째 의심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국내에서 사스가 일단 소강상태를 맞고 있었다. 일부에선 '사스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갈 수도 있다는 낙관이 조심스레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의심환자가 추가된 데다 사스 위험지역에서 하루 5천여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어 보건당국은 검역.방역체계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 긴장감 높아지는 방역당국

국내외에서 사스 전파가 늘어날 위험요인들이 여전히 많다. 중국.대만.필리핀 등 사스 위험지역에서 하루 4천5백~5천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한창때는 7천명이 넘었으나 많이 줄었다가 최근 필리핀이 위험지역에 추가되면서 다시 늘어난 것이다. 11일 발견된 외국인 의심환자도 필리핀 마닐라에서 보름간 머물다 환승을 위해 들어왔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승객은 물론 환승을 위해 일시 공항에 머무르는 승객에 대해서도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 승객 중 하루에 10~20명이 고열 등의 증세 때문에 공항 검역에 걸려 사흘간의 자택격리 명령을 받고 있다. 입원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 자택격리 상태에서 보건당국의 관찰을 받는 것이다.

보건원 권준욱 방역과장은 "공항검역에서 정상으로 나온 위험지역 입국자들도 열흘간의 잠복기가 지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중국에서는 하루 5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대만에서도 10일 하루에만 23명의 환자가 추가됐다.

고려대 의대 천병철 교수는 "위험지역을 다녀온 사람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병해 주변에 퍼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 내국인 의심환자는 다소 잠잠

국립보건원은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에서 양성으로 나왔던 두 명의 혈청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내 항체검사를 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고 11일 밝혔다.

김문식 보건원장은 "항체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다는 것은 이들이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항체검사는 사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실험기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앞서 국내 첫 사스 추정환자인 K씨는 폐렴증세가 사라져 10일 퇴원했다. 보건당국은 K씨를 집에 격리한 채 병세를 추적하고 혈청을 CDC에 보내 사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또 그의 가검물에서 세균이 검출되지 않아 사스 환자 분류는 계속 유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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