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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피 가래 나온다" 긴급요청 60대, 결국 병상 기다리다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한 60대 확진자는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해 두 차례나 긴급 병상배정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서울시와 동대문구, 동대문구보건소에 따르면 60대 A씨는 지난 12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이틀만인 14일 “피 가래가 나고 기침 증상이 있다”고 보건소에 신고했다. 동대문구보건소는 A씨의 급작스러운 상태 악화에 서울시에 긴급 병상배정을 두차례 요청했지만 빈 병상을 구하지 못하면서 A씨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앞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앞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두 차례 '긴급 병상배정' 요청했지만 확보 못해

‘병상 대기 중 사망’의 비극은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배우자와 단둘이 살아온 A씨는 평소 지병이 있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된 것은 배우자가 먼저 확진됐기 때문이었다. 검사를 받은 것은 지난 11일. A씨는 이튿날인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검사를 받으면서 A씨는 “목이 간지럽다”고 했다.

동대문구보건소는 A씨가 60대이고 목이 간지러운 것 외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생활치료센터를 배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생활치료센터 배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 12일은 서울에서 399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당일까지 일일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한 날이다. 당시로선 급증하는 확진자 발생으로 생활치료센터 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보건소는 설명했다.

배우자와 떨어져 있던 A씨의 몸상태가 확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14일이었다. 만 하루를 꼬박 집에서 대기하던 A씨는 지난 14일 아침 일찍 보건소에 연락했다. “피 가래가 나고, 기침이 난다”는 연락을 받은 동대문구보건소는 서울시에 긴급 병상배정 요청을 했다고 한다.

A씨는 배우자에게도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연락을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22분 동대문구보건소는 다시 긴급 병상배정 요청을 서울시에 했다. 동대문구보건소 관계자는 “A씨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판단해 재차 요청했지만, 병원 배정이 늦어졌다”고 토로했다.

이튿날 오전 8시께 A씨에게 전화를 걸어본 배우자는 연락이 닿지 않자 119에 신고를 했다. 구급대가 A씨 자택에 도착했지만 A씨는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서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안타깝다”…“코로나, 증상 악화 속도 빨랐다“

서울시와 동대문구는 병상을 기다리다 숨진 A씨의 비극에 참담하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 확진됐을 때 보건소에서 알아볼 때는 중한 상태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목이 좀 간질거리고 그 외 특별한 증상이 없어 즉시 병상 이동은 못 시킨 것”이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털어놨다.

A씨 관리를 담당해오던 동대문구보건소는 생활치료센터 배정을 요청했다가 하루 만에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병원 병상 배정으로 바꿔 요청하는 과정에서 병상 배정이 늦어졌다는 설명을 내놨다. 동대문구 보건소 관계자는 “기저질환이 있는 데다 확진자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 겹치면서 하루 만에 급속도로 악화해 너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서울시에 긴급 병상배정 요청을 두번이나 했지만 서울시에도 중증환자 병상이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정이 늦어져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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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서울 지역 내 사망자는 17일 0시 기준 총 125명에 이른다. 사망률은 0.93%다. 서울시의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가동률은 지난 16일 오후 8시 기준 86.1%다. 중증환자 병상 80개 가운데 입원 가능한 병상은 1개에 불과하다.

김현예·최은경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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