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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스탓 연휴 분위기 꽁꽁

중앙일보

입력

중국인들이 기다리는 황금연휴인 노동절 휴가(1~5일)를 하루 앞둔 30일 베이징(北京)의 기온은 섭씨 30도. 여름 같은 날씨다. 하지만 베이징의 분위기는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수그러들 줄 모르는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공포 탓이다. 베이징 동쪽 외곽 퉁저우(通州)에서 서쪽 스징산(石景山)을 잇는 728번 시내버스.

출근으로 한창 붐벼야 할 시간인 오전 8시30분인데도 승객은 7명뿐이다. 띄엄띄엄 앉은 승객들은 두꺼운 마스크를 한 채 대부분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10여년 전의 베이징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요즘 베이징 사람들은 차와 사람이 부쩍 줄어든 베이징 시내를 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러시아워의 체증이 사라지면서 공기가 맑아졌다.

중국 정보기술(IT)산업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중관춘(中關村)의 대형 전자상가는 철시한 상점들이 많아 썰렁했다. 베이징의 최대 시장인 훙차오(虹橋)에도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사람들이 출근조차 포기한 채 대부분 집에 틀어박혀 있어요. 노동절 휴가요? 아마 사재기한 식량을 소비하면서 집 안에 꼼짝 않고 있을 겁니다. 여행은 꿈도 못꿔요." 중관춘 최대 전자상가인 하이룽(海龍)센터의 컴퓨터 매장에서 만난 한 점원의 말이다.

건국기념일인 10.1절과 함께 가장 긴 연휴인 5.1절을 맞은 베이징의 분위기는 이렇게 멍들어가고 있다.

이 기간 중 여행과 쇼핑을 장려함으로써 내수를 진작한다는 중국 당국의 '휴일 경제' 시나리오는 종적을 감췄다.

모든 것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사스의 위력 때문이다.

30일에는 츠하오톈(遲浩田) 전임 국방장관 부부가 사스에 걸려 격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1989년 천안문(天安門)사태 이후 최대 국가위기라는 말도 들린다.

지도부는 초비상이다.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의 사스 정상회담에 참석해 중국의 '사스 극복 능력'을 강조했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신임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은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베이징 봉쇄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시민들의 불안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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