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에도 무소의 뿔처럼…尹 "코로나로 서민 우려" 특별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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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윤 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윤 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검사 징계위로부터 정직 2개월 의결을 받은 윤석열(60) 검찰총장이 내린 첫 지시는 “검찰이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공감하라”였다. 새벽 4시 넘어서야 징계위의 정직이 의결된 이날 윤 총장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오전에 대검으로 출근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집행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 이후 시작된다. 정직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윤 총장은 특별 지시로 ‘코로나 관련 민생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윤 총장의 ‘특별지시’는 전국 누적 확진자가 4만명을 넘어서고, 지난 13일에 이어 16일에도 신규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는 현실을 반영했다.  윤 총장의 이런 특별지시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징계 의결과 무관하게 '무소의 뿔처럼' 할 일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먼저 윤 총장은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살폈다.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와 방역 지침 강화로 인해 수입과 일자리가 줄어든 서민이 많은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일선 검사들이 수사나 기소 단계에서 기소유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불필요한 소환 조사를 자제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라는 취지다. 또 벌과금을 나눠낼 수 있도록 유연한 대응책을 제시하고 구형에서도 벌금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하는 등 선제적으로 민생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검찰이 되라는 주문이 담겼다. 형사법 집행의 수위를 최소화하라는 지침이다.

검찰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한 당부도 덧붙였다. 현재 각급 검찰청별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단’을 중심으로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청사 출입 점검을 강화하고, 방역과 소독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다. 또 청사 내에서의 효과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실시를 위해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순번제 같은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사건 관계인을 대면 조사하거나 형 미집행자를 검거하는 등의 직접적인 접촉이 있는 업무 수행을 최소화하라는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이런 조치에도 확진 직원이 발생하는 등 특이사항이 생긴다면 바로 보건당국과 협조해 조치하라는 당부도 했다.

윤 총장의 이런 특별 지시에는 서민 경제 어려움에 대한 문제의식에 더해 정직 처분이 확정되기 전까지 본연의 업무를 멈춤 없이 해 나갈 거라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징계위 의결 이후 특별변호인을 통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ㆍ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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