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계열분리 앞둔 LG, 미국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 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 지배구조로 평판이 나 있는 LG가 소액주주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다.”

삼성 공격한 엘리엇 출신이 대표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노린 듯

15일 미국 행동주의 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화이트박스)가 ㈜LG에 보낸 공개서한 중 일부다. 화이트박스는 이날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을 통해 LG에 보낸 서한을 대중에도 공개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LG신설지주(가칭)를 출범하려 했던 구본준 고문의 계획에 반대하는 취지다.

LG 내부에선 화이트박스가 ‘계열분리 반대’보다는 자사주 매입이나 특별 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이트박스가 공개서한에서 “이번 분사로 ㈜LG가 보유한 현금 자산(1조8000억원) 중 9%가 빠져나가게 된다. 이를 주주에게 직접 분배하는 대안이 더 많은 주주 환원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 부분도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화이트박스가 보유한 ㈜LG 지분이 0.6%에 불과해 주총에서 LG의 계획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55억 달러(약 6조원)를 운용하는 화이트박스의 대표가 과거 현대자동차그룹·삼성물산 등을 공격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엘리엇처럼 외국계 증권회사를 이용한 총수입스왑거래(TRS)로 공시 없이 LG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이때 공시의무는 증권회사의 몫이 돼 투자자는 ‘5% 룰’(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했을 경우, 공시해야 하는 의무)에서 제외된다. 또 최근 국회에서 다중대표 소송제가 통과됨에 따라 화이트박스가 6개월 이상 ㈜LG 지분 0.5% 이상을 보유했다면 LG전자·LG화학 등 자회사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를 빌미로 ㈜LG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LG는 “이번 분사로 전자·화학·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