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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선거인단 투표도 이겨 차기 대통령 쐐기…"민주주의 불꽃, 권력 남용도 끄지 못해"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열린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투표에서 306표를 받아 대통령 당선을 공식 확정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열린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투표에서 306표를 받아 대통령 당선을 공식 확정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은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공식 선출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투표에서 306표를 얻어 대선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대통령 선출 위한 선거인단 투표 주별로 열려 #바이든 306표 얻어 232표 얻은 트럼프에 승리 #바이든 "美 영혼을 위한 전투서 민주주의 승리" #트럼프 ,'부정선거 없다' 반기든 바 법무장관 교체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1월 3일 선거인단 선출을 위해 실시된 전국 선거에서도 25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승리해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 모두 선거인단 232명을 확보했다.

미국 대선은 11월 3일 각 주 주민들이 선출한 대통령 선거인단이 12월 14일 주도(州都)에 모여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각종 소송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탈표가 나올지 관심이었지만 단 한 표도 나오지 않았다. 조지아·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전을 벌이는 접전지를 포함해 모든 주 선거인단은 주 선거 결과에 따라 지정된 후보에게 투표해 선거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지금까지 선거인단 투표는 대선 결과를 재차 확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는 바람에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화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졌다.

미국 조지아주 의회에서 14일 대통령 선거인단이 투표를 통해 조 바이든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공식 확정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의회에서 14일 대통령 선거인단이 투표를 통해 조 바이든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공식 확정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美 영혼 전투에서 민주주의가 승리" 

승리 확정 직후 바이든 당선인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한 승리 연설에서 "미국의 영혼을 위한 이 전투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역사를 통해 해왔던 것처럼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다. 단결하고 치유할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래전 이 나라에 민주주의의 불꽃이 켜졌다"면서 "감염병이나 권력 남용조차도 그 불꽃을 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과거 연설과 달리 이날엔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주간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여러 주에서 제기한 각종 소송과 그 결과를 일일이 나열하며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고 자세히 언급했다.

선거인단 투표 이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로이 블런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제 헌법이 정한 한계점에 도달했고, 우리는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대우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이크 브라운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늘 선거인단이 투표해 조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선출했다"면서 "이제는 정치를 미뤄두고 헌법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도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승복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 중일 때 트위터로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다.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는 트윗을 올렸다.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도 "도미니언 투표 기계가 크게 이긴 선거 결과를 뒤바꿔놓았다. 이대로 둘 수 없다"는 트윗을 썼다. 트위터는 이 게시물에 '선거 사기에 관한 주장은 논란이 되고 있다'고 경고문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선거인단 투표에서 지면 백악관을 떠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당분간 선거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각 주가 23일까지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연방의회에 전달하면, 연방의회가 1월 6일 상원과 하원 합동 회의를 열어 주별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승자를 발표하는 일이다. 1월 20일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이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빌 바 법무장관 교체를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충성해 온 바 법무장관은 최근 "선거 사기는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뒤 사의를 표명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빌 바 법무장관 교체를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충성해 온 바 법무장관은 최근 "선거 사기는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뒤 사의를 표명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당선 확정 직후 트럼프, 바 법무장관 교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발표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트위터로 빌 바 법무장관 사임 소식을 알렸다.

트럼프는 "조금 전 백악관에서 빌 바 법무장관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면서 "빌은 크리스마스 직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바 법무장관의 사의 표명 편지를 원문 그대로 트위터에 올리면서 제프 로젠 부장관이 장관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바 장관 사임 발표 시점과 관련해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선거인단 투표 승리 소식으로부터 주의를 분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심을 보여온 바 장관은 이달 초 AP통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선거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규모의 사기를 보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어 경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바이든 당선인의 차남 헌터에 대한 수사를 알고도 대선 기간에 이 사실이 공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바 장관이 조만간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바 장관 관련 보도에 대해 크게 화를 내며 교체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질은 실익이 없다는 참모들의 만류에 보류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달리 바 장관은 경질이 아니라 사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공개한 사임 편지에서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을 위해 이룰 수 없는 성공과 전례 없는 업적에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면서 트럼프의 치적을 상세히 나열했다. 바 장관은 23일 물러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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