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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공룡' 디즈니+ 온다…생존전략 고심하는 토종 OTT

중앙일보

입력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10일 2021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연합뉴스]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10일 2021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연합뉴스]

넷플릭스에 이어 '글로벌 콘텐트 공룡'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진출을 공식화함에 따라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OTT 업체들 생존전략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디즈니, 공식 트위터로 "내년 한국에 진출" 발표

앞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10일(현지시각) 공식 트위터를 통해 "디즈니플러스·핫스타·훌루·ESPN플러스를 포함한 서비스 구독이 1억3700만건을 넘어섰다"면서 "2021년에는 동유럽과 한국·홍콩 등을 포함해 더 많은 국가에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11월 미국과 캐나다에 처음으로 OTT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올해는 호주·뉴질랜드·일본·인도·일부 유럽국가로 시장을 넓혀왔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글로벌 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1위를 유지하며 급성장하는 가운데, 웨이브·티빙·왓챠·시즌 등 국내 업체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닐슨코리아클릭 자료(8월 기준)에 따르면 월간 순 이용자 기준 넷플릭스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웨이브는 21%, 티빙은 14% 순이다.

국내 OTT 시장, '성인=넷플릭스' '청소년=디즈니+' 양분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상륙하면, 한국 안방을 차지하기 위한 국내외 OTT 업체간 각축전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넷플릭스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국내 OTT 업체들은 디즈니플러스 등장으로 더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됐다.

디즈니플러스의 강점은 막강한 콘텐트와 저렴한 구독료다. 디즈니는 픽사·마블·루카스필름·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막대한 콘텐트 군단을 거느린 글로벌 콘텐트 강자다. 월 구독료도 6.99달러(약 7800원)에 불과하다. 올해 NTT도코모와 독점제휴하는 방식으로 일본에 진출하면서 월 700엔(8000원)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최저요금인 9500원(베이직)보다 저렴하다.

미디어업계는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 넷플릭스의 1강 구도에 큰 변수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넷플릭스는 성인 시장, 디즈니플러스는 청소년 시장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두 글로벌 OTT 공룡이 한국의 안방 시장을 나눠가지면 국내 OTT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전문가 "국내 OTT 업체, 하나의 채널로 합종연횡"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OTT 업체의 생존 전략으로 '합종연횡'을 꼽는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결국 하나의 채널에서 모든 콘텐트를 보기 원할 것이고, 이를 위해 OTT 사업자들끼리 뭉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좁아진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업체마다 '특정한 연령대에 특정 장르물에 반응하는 시청자'를 각기 다르게 목표로 삼아 독창적인 콘텐트를 제작해야 하고, 이런 콘텐트를 하나의 채널에서 유통할 수 있는 연합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제작비 24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다. 넷플릭스는 통상 제작비 대비 10~20% 수익을 남겨주는 조건으로 작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IP 자체를 넷플릭스에 넘겨줘 수출 및 부가판권, 리메이크 판권 등 추가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중앙포토]

총제작비 24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다. 넷플릭스는 통상 제작비 대비 10~20% 수익을 남겨주는 조건으로 작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IP 자체를 넷플릭스에 넘겨줘 수출 및 부가판권, 리메이크 판권 등 추가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중앙포토]

정부가 국내 오리지널 콘텐트의 지식재산권(IP)을 지키기 위해 정책·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극장이라는 플랫폼이 사라지면서 국내 영화 제작사가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개봉하고 IP를 넘기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국내 콘텐트 제작 산업이 글로벌 자본의 하청 기지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내년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업체의 한국 시장 진입에 앞두고, 국내 콘텐트·플랫폼 시장을 지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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