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고있다, 선진국 내년 코로나 위기 끝나" 현장 의료진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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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시간과의 싸움. 우리는 지고 있다."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정재훈 조교수가 14일 페북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폭발적 증가에 대한 심층적인 진단과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강원대학교병원 음압 병상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강원대학교병원 음압 병상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그는 "2020년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고, 그때마다 지금이 가장 위기라고 말했지만 오늘이 가장 위기"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의 좀 더 적극적 대처와 시민의 도움"을 촉구했다.

그는 "3차 유행이 1, 2차 유행에 비해 훨씬 시간이 길고, 확진자 수가 많을 것"이라며 "오늘(확진자 1050명)이 유행의 정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유행 감소를 위해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정책이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유행 통제에 실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조교수는 "정부의 대응 실패, 시민의 위기의식 저하, 계절적 요인과 같은 다양한 이유를 (3차 유행의 근거로) 가져다 붙일 수 있습니다만, 궁극적 원인은 이게 일반적인 범유행감염병의 특성"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감염되어 집단면역이 획득되어야 끝나는 것"이라며 "우리는 가혹한 자연과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대응을 "압도적인 적과 싸움"이라며 "여기서 정말 의지를 잃어버리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코로나 위기에서 가장 긍정적인 요소는 끝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라며 "무력하게 유행병을 지켜봐야 했던 과거와 달리 우리는 발전된 생명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백신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에 대한 여러 논란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논란 정도면 오히려 감사할 정도다. 이제까지 인류는 한 번도이 정도 시간에 이만큼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고 평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그는 미국과 영국 등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나라에서는 "이르면 6~7월에는 집단 면역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6~7월부터는 가만히 놔둬도 코로나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고, 내년이 지나가기 전에 과거로 거의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1년 겨울에는 선진국에서 코로나 위기가 끝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시간 싸움'이라고 명명했다. 백신을 서둘러 확보해 시간을 단축하고, 적극적인 유행 통제로 백신 접종까지 걸리는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더불어 정 조교수는 병상 확보를 위해 "당장 쓸 수 있고, 숙련된 의료 인력 확보가 용이한 민간상급종합 병원 등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며 신뢰와 협력을 얻기 위한 재정 지원도 강조했다.

또 시민을 향해서는 "이제 안전한 곳은 없다"며 "일상생활 중 코로나에 감염된 것은 개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탓하고 욕할 것도 아니다. 몸이 안 좋거나 의심되는 일이 있으면 적극 검사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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