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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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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세포 과학자에게 인간의 몸은 정교한 기계 장치다. 유전 정보를 보관하는 DNA(DeoxyriboNucleic Acid·디옥시보리 핵산)가 그 시작이다. DNA는 mRNA(messenger RNA·메신저 리보핵산)에게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 DNA의 설계도가 mRNA로 옮겨지는 과정을 과학자들은 전사(Transcription)라 부른다. 유전 정보, 다시 말해 설계도를 복사한 mRNA는 세포핵 바깥에 있는 리보솜으로 향한다.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이다. mRNA가 전달한 설계도로 단백질을 생산하는 과정이 바로 번역(Translation)이다.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몸속 어딘가에선 끊임없이 전사와 번역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백신자문위원회에 이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가 12일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권고했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CDC가 접종을 권고한 백신은 화이자가 개발한 mRNA 타입이다. mRNA 백신으로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는 건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도 mRNA 백신이다. 이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독성이 없는 바이러스가 코로나19 항원을 몸속에 전달한다.

mRNA 백신은 통념을 깬 발명품이다. 손가락보다 가는 주사기에 인류가 만든 첨단 바이오 기술을 집약했다. 주사기 속 mRNA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담았다. mRNA는 물에 쉽게 녹을 정도로 불안정한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노미터 크기의 지방질로 감쌌다. 지질(脂質) 성분의 리피드 나노 파티클(Lipid Nano Particle)이 그것이다. 주사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간 mRNA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 코로나19 단백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인간의 세포가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산하는 ‘번역’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기존 독감 백신은 독성을 줄인 생바이러스나 사멸한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하루 확진자 1000명을 넘어선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이 한창이다. 중국에서 시작해 1년 만에 세계 정복에 성공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인류가 맞설 수 있을까.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