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징계위서 빠져라" 후배압박 부담됐나···나흘 휴가낸 신성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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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여부 결정할 징계위원들. 사진 왼쪽부터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여부 결정할 징계위원들. 사진 왼쪽부터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연합뉴스]

현직 검사로는 유일하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의 위원을 맡은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11일과 14일 연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 징계위를 앞두고 후배 검사들의 눈치는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일선 검사들은 "윤 총장의 직속부하인 신 부장이 위원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 부장은 지난 10일 징계위가 열리기 전 11일과 14일 연가를 미리 냈다. 전국 검찰청의 반부패·강력사건을 지휘 감독하는 대검 부장이 주말 포함 나흘 연속 자리를 비우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선에서 월성 원전, 옵티머스 사건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징계위 당일과 속행일까지 포함하면 엿새 연속 자리를 비우는 셈이다.

'KBS오보' 취재원으로 지목됐으나 출석

지난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 현장. 앞줄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뉴스1]

지난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 현장. 앞줄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뉴스1]

검찰 내부에서는 신 부장이 "징계위원에서 스스로 물러나 달라"는 후배 검사들의 압박을 피해 연가를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부장은 윤 총장의 징계위원 중 유일한 현직 검사다. 징계위에는 신 부장과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참석했다. 이중 심 국장이 당일 스스로 회피하면서 현직 검사는 신 부장만 남았다.

징계위 전부터 '채널A 관련 KBS의 오보 사건'으로 고소된 피의자인 신 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지난 7월 KBS는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승리하면 윤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취재를 모의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으나 곧바로 오보로 드러나 하루만에 사과방송을 했다. 신 부장은 해당 보도의 취재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를 발표하면서 채널A 사건을 3번째 징계사유로 언급했다. 그러자 검찰 내부에서는 '이해충돌'이 있는 신 부장이 위원으로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 측은 10일 오후 2시에 징계위 현장에서 신 부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서만 기피 신청을 했다. 윤 총장이 "직속상관으로서 신 부장을 기피 신청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현직 검찰 간부는 "윤 총장의 성정상 직속부하인 신 부장에 대해 기피신청을 하지 않으리란 것을 법무부가 예상하고 신 부장을 위원에 포함시켰었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일선 검사들 "스스로 물러나야"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측 법률대리인 이완규(왼쪽), 이석웅 변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측 법률대리인 이완규(왼쪽), 이석웅 변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10일 징계위 진행 중에도 많은 후배 검사들은 신 부장이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고 봤다. 징계위에 출석한 유일한 현직 검사가 윤 총장의 직속참모라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부장은 10일 오후 8시 정회시까지 회피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신 부장이 위원으로 출석하지만, 중징계 결정에는 반대 의사를 밝히려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구원투수'로 나가있다면 '면피'가 되지 않겠냐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징계위가 위원 지명과 위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신 부장이 의결정족수를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징계위에 이미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더 많다.

일선의 현직 검찰간부는 "회피하면 끝나는 문제인데도 머릿수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신 부장이 표결에서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평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 부장이라는 직함이 있으니 어찌보면 회피도 가능한 사람이었는데, 막차를 놓쳤다"며 "당일 의결에 기권을 하고 사직을 한다 하더라도 후배들의 반응은 심드렁할 듯"이라고 적었다. 이날 신 부장에게 연가를 낸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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