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트럼프 파격은 도전…바이든, 북핵 해결 정치적 의지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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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미국 아스펜 안보포럼 화상회의에 참석해 신임 조 바이든 당선인이 북핵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천명해줄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미국 아스펜 안보포럼 화상회의에 참석해 신임 조 바이든 당선인이 북핵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천명해줄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의 파격과 독특함은 도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강 장관은 이날 미국 아스펜 안보포럼 화상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은 양적으론 엄청나게 방대했다"면서도 한·미 입장차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짓지 못한 걸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11일 美 아스펜 안보포럼 화상회의 #"방위비 입장차 커서 합의 못 이뤄" #"北 원하는 건 미국만이 줄 수 있어" #6자회담 부활엔 부정적 입장 밝혀

강 장관은 사회자인 니콜라스 번즈 전 국무부 차관(아스펜 안보포럼 소장)이 신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일을 묻자 "정권인수 기간이라 조율하거나 협력할 순 없지만 새 행정부에서 나오는 신호들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와는 순전히 협력의 양적 측면에서 엄청나게 방대하고 깊었지만, 대통령과 이너서클의 파격과 독특함(unconventionalness and uniqueness)은 도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우리는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과 같은 동맹 현안에 관해 긴밀히 협의했지만 서로 너무 다른 입장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하면서다.

이는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존 볼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2020년 한해 50억 달러 분담금을 요구하며 협상이 1년이 넘도록 교착상태에 빠진 걸 뜻한다.

강 장관은 이어 "방위비는 새 행정부와도 가장 먼저 협의해야 할 현안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국이 공유하는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미 행정부의 인식을 언제나 신뢰하며 새 행정부와 동맹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강화할지 아주 긴밀한 대화를 나누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미국 아스펜 안보포럼 화상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 교착상황을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의 파격과 독특함은 도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미국 아스펜 안보포럼 화상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 교착상황을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의 파격과 독특함은 도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외교부 제공]

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관한 조언을 요청받자 북한은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성명을 정확히 읽어보면 그들은 협상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것(핵무기)이 북한의 유일한 지렛대임을 고려할 때 북한은 여기서 최대한 얻어내기를 원하며 그게 제재 완화"라고 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북한의 핵 개발 전모를 파악하는 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조치와 그들의 원하는 바를 동시에 이뤄지도록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강 장관은 북핵 해결을 위해 과거 6자회담 체제로 복귀하는 데 대해선 "최소한 비핵화 초기 단계에선 북·미 대화가 효율적"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정한 시점에선 6자회담 같은 다자 협의로 복귀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북한이 추구하는 건 미국만이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정적 고리는 미국과 북한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양자 협상 틀을 계승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 장관은 더 나아가 조 바이든 당선인이 직접 북핵 해결의 '정치적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새 당선인이 직접 관여하든 않든, 그의 수준에서 이 일을 맡을 국무부 사람들에게 정치적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선인이 정치적 의지를 명백히 보이는 것이 이를 앞당기는 데 중요하다"라고 하면서다.

강 장관은 기조연설에선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운동 중 발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구상에 기여하기를 고대한다"며 참여 의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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