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한국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놨다. 일자리부터 소비ㆍ교육까지 180도 달라졌다. 통계청은 코로나19 전과 후를 비교한 여러 연구를 보고서 한 권으로 묶었다. 11일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이다. 주요 내용을 부문별로 소개한다.
◇"직장과 직업 따른 근무 여건 불평등 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지난 5월 진행한 조사에서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0.3%에 그쳤다. 나머지는 임금이 줄거나(26.7%) 무급 휴가 상태이거나(14%) 실직했다(9%). 이 연구는 7개월 전에 진행됐다. 7개월여가 지났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더 거세지는 터라 고용ㆍ임금 악화는 더 심각할 수 있다.
국민이 느끼는 불평등도 경제적 측면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유 교수가 지난 3월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보상받을 기회(38.6%)였다. 감염 예방을 위한 유연 근무 기회에서도 불평등(32.5%)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직장과 직업에 따라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보상과 유연 근무 여건이 큰 차이를 보이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
다만 감염증 치료 기회(11.2%)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빠르게 얻을 기회(12.9%) 등에선 불평등을 느낀다는 답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초교 비대면 교육, 73% 기존 강의 영상 활용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수업은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문법이 됐다. 하지만 수업의 질은 높지 않았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기존 강의를 활용한 영상 수업을 진행한 비율이 72.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가 조사한 결과다.
초등학교의 경우 직접 제작한 영상을 활용(19.7%)하거나 온라인 과제 제시ㆍ피드백(4.9%),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2.8%)을 진행한 비중은 작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직접 제작한 영상을 활용한 수입 비중이 각각 49%, 50.3%로 높았던 것과는 차이가 났다.
오프라인 개학이 미뤄지거나 학교에 가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이 교우관계 등을 맺을 기회도 줄었다. 지난 6월 경기도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선 초등학교(24.5%)ㆍ중학교(20.5%)ㆍ고등학교(20.1%) 교사 모두 사회성과 관계 형성을 위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문제로 꼽았다.
◇1명이 한 해 평균 택배 99박스 받아
코로나19는 쓰레기 배출 양상도 바꿔놨다. 이소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3월 일회용 컵 수거량은 전년 대비 31% 급감했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컵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지만, 아예 카페ㆍ음식점 등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전체 사용량이 줄었다.
반면 지난 1~3월 재활용 가능 폐기물은 1년 전과 비교해 9.7% 늘었다. 집에서 밥을 먹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서 택배로 받아보는 사람이 증가하면서다.
택배 물동량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0%씩 늘고 있다. 2010년 11억9800만 박스였던 택배량은 2019년 27억8980만 박스로 133% 늘었다. 연간 1인당 택배 이용 건수는 2010년 25박스에서 2019년 54박스로 증가했다. 전 국민이 주 1회 이상 택배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경제활동을 하는 15세 인구를 기준으로 따지면 1인당 연간 99개 박스를 택배로 받아보는 셈이다.
◇코로나 이후 고속도로 교통량 오히려 증가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고속도로 교통량은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올해 4월 세 번째 주에만 전년 대비 13.3% 급감했을 뿐, 5월 네 번째 주부터는 지난해보다 고속도로 교통량이 많아졌다. 지난 6월 네 번째 주 서울 도시 고속도로 교통량은 14만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9% 늘었다.
대중교통 이용객 수가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1년 전과 비교해 고속버스 승객 수(5월 네 번째 주 -40.8%), KTX 이용객 수(5월 -44%), 노선버스 승객 수(5월 네 번째 주 -26.7%), 서울 도시철도 이용객 수(5월 네 번째 주 -26.4%)는 일제히 감소했다.
한 연구위원과 장 교수는 “사람들이 지역 간 장거리 통행에서 고속철도나 고속버스보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낮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