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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 죽은 2주 아기…개는 안락사, 부모는 처벌 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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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반려견의 공격을 받아 출생 2주만에 사망한 르우벤 맥널티. [페이스북 캡처]

지난 2018년 반려견의 공격을 받아 출생 2주만에 사망한 르우벤 맥널티. [페이스북 캡처]

영국에서 키우던 반려견에 2주 된 갓난아기를 잃은 뒤 2년간 '아동 방치' 혐의를 받았던 부모가 혐의를 벗었다. 11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사법당국이 이 부부를 불기소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투견의 일종인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두 마리를 키우던 대니얼 맥널티(33)와 에이미 리치필드(30) 부부. 이 부부에게 2018년 11월 르우벤 맥널티가 태어났다. 부부는 출산 후에도 개를 계속 키우기로 결정했다.

출산 2주쯤 됐을 무렵, 불테리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집 안에 있던 부부의 아기를 잔인하게 물었다. 아기는 머리와 심장·위장 등 장기들을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주 뒤 숨을 거뒀다.

아기의 검시관은 "아기가 개에 의해 참혹하게 공격받았다"며 "모든 상처가 개의 공격을 증명해준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테리어 두 마리 중 누가 아기를 공격했는지 조사에 착수했지만 결국 밝히지 못했고, 두 마리 모두 안락사했다.

아기를 잃은 슬픔도 잠시, 영국 검찰과 경찰은 즉각 부모를 아동 방치 혐의로 체포한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조사는 광범위하게 계속됐다.

아기 엄마인 에이미는 애완견을 과도하게 아꼈으며 평소 SNS에 개들을 '아기'라고 표현하며, 자녀를 낳은 뒤에도 계속 키우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이웃들이 걱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이웃은 이들이 키우던 불테리어가 낯선 사람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등 매우 사나웠다고 했다.

하지만 부부가 아기의 부모로서 성실하게 책임을 다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맥널티의 장인은 "아기의 죽음을 아주 기이한 사고로 본다. 사위 부부를 아주 끔찍한 부모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으며 잘 못 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2년여간의 지루한 조사 끝에 이들 부모는 혐의를 벗게 됐다. 아기 부모가 가장 큰 피해자라는 점이 참작됐다. 경찰은 "2년간 아동 방치 혐의를 받았던 30대 부부는 이제 더는 조사받지 않을 것"이라며 불기소를 재 확인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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