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열린 날, 윤석열은 40년 절친 보내며 소주잔 기울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지인의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지인의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자신의 징계위원회가 열리던 10일 저녁 6시 10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를 썼지만 벌겋게 상기된 얼굴은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참모 없이 홀로 자신의 오랜 친구인 윤모 변호사의 상가를 찾았다.

9일 차량 사고로 절친 잃어, 상가서 1시간가량 머물러

윤 총장과 충암고·서울대 법대 동기로 그의 오랜 친구인 윤 변호사는 9일 저녁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0세. 윤 총장은 이날 장례식장에 1시간가량 머물며 마스크 사이로 계속 소주잔을 기울였다.

"윤석열 힘내라" 말하기도 

그의 충암고 선후배들은 그를 징계하려는 추미애 장관을 비판하기도, 이날 징계위에서 회피를 한 심재철 검찰국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장례식장을 떠나려 하자 그의 손을 잡고 "윤석열 힘내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윤 총장과 윤 변호사는 서로를 40년 넘게 알고 지낸 절친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엔 함께 입학했지만 사법고시는 윤 변호사가 먼저 합격했다. 윤 변호사는 대학교 3학년 때 사법고시에 합격해 군 법무관을 거쳐 판사가 됐고, 윤 총장은 9수를 해 검사가 됐다. 윤 변호사와 같은 로펌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천재라 불리던 선배였다.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두 사람과 함께 대학을 다닌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세월만 40년이 넘는다. 성격이 조금 달라 서로 다투기도 하고 그랬다"며 "하지만 진심으로는 서로를 아껴주는 그런 사이였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징계위에 대한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