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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쓰면 할증, 안 쓰면 할인…새 실손보험, 내년 7월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내년 7월부터 실손보험에 가입한 뒤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를 최대 4배 더 내야 한다.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10%가량 싸지만, 대신 본인이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도 늘어난다.

금융위원회가 9일 실손보험 개편안을 발표했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을 경우 보험료가 최대 4배오를 수 있다. 셔터스톡

금융위원회가 9일 실손보험 개편안을 발표했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을 경우 보험료가 최대 4배오를 수 있다. 셔터스톡

금융위원회는 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실손의료보험 개편안을 발표하고, 내년 7월 중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높여, 과도한 비급여 치료를 줄이는 게 목표다.

①비급여 진료 보험금 300만원 넘으면 보험료 4배 오른다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보험료를 많이 내게 하는 보험료 차등제가 적용된다. 기존 실손보험은 성별, 연령, 상해등급별로만 보험료가 정해져 의료 이용량은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았다.

할인ㆍ할증 보험료 적용 방안.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최대 300%까지 보험료를 할증한다. 금융위원회

할인ㆍ할증 보험료 적용 방안.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최대 300%까지 보험료를 할증한다. 금융위원회

할인·할증은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5단계로 나눠 적용된다. 비급여 보험금이 100만원이 넘을 때부터 보험료가 할증되는데, 보험료가 최대 4배(할증률 300%)까지 오른다. 할증 구간은 100%(비급여 보험금 100만~150만원), 200%(150만~300만원), 300%(300만원 이상) 등이다. 전체 가입자의 1.8%가 보험료가 할증된다. 대신 비급여 청구가 없는 72.9%의 가입자는 보험료 5% 할인받고, 100만원 미만인 25.3%의 가입자는 할인·할증이 없다. 암질환, 치매를 앓는 고령자 등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할증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할인·할증 보험료는 매년 초기화된다. 예컨대 전년도 비급여 의료 이용이 많아 할증을 적용 받았더라도, 당해 비급여 의료 이용이 없으면 그 다음해부터는 할증 보험료가 없어진다. 금융당국은 할인·할증제를 새로운 실손보험이 출시된 지 3년 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추산한 4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40세 남성 기준 월 1만929원 수준이다. 기존 보험에 비해 10~70%가량 저렴하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추산한 4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40세 남성 기준 월 1만929원 수준이다. 기존 보험에 비해 10~70%가량 저렴하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 금융위원회

②비급여 진료 자기부담금 20%→30%, 대신 보험료 할인  

가입자가 부담해야 할 자기부담금은 급여 10·20%→20%, 비급여 20%→30%로 올라간다. 소액청구 남발을 막기 위한 통원공제금액은 외래 1만~2만원, 처방 8000원에서 급여 1만원(상급·종합병원 2만원), 비급여 3만원으로 인상된다. 병원을 자주 가야하는 가입자 입장에선 부담이 커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라 필수적인 치료는 급여화가 많이 된 만큼 의료 접근성 차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가 싸다. 40세 남성 기준 월 보험료는 1만929원 수준이다. 판매 시기 별로 2009년 이전 실손보험인 구실손(3만6679원), 2009년 이후 표준화 실손(2만710원), 2017년 4월 이후 착한실손(1만2184원)과 비교하면 보험료가 10~70% 싸다. 금융당국은 기존 상품의 높은 손해율을 감안할 때 보험료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손보험 개선안. 급여와 비급여로 상품구조를 개편하며 보험료 차등제 등이 도입된다. 금융위원회

실손보험 개선안. 급여와 비급여로 상품구조를 개편하며 보험료 차등제 등이 도입된다. 금융위원회

③모든 비급여 특약으로 분리…재가입주기 15년→5년  

새로 출시된 실손은 주계약은 급여 진료만 보장한다. 모든 비급여는 특약으로 분류돼, 보험금을 받으려면 특약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기존 착한실손은 주계약(급여+비급여)과 특약(도수 치료, 비급여 주사 등 일부 비급여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주계약과 특약에 모두 가입할 경우 보장 범위는 종전과 동일하다. 대신 질병·상해로 입원과 통원 치료를 할 경우 각각 입원(연간 5000만원), 통원(5400만원, 30만원X180회)으로 해주던 보장한도가 질병·상해 각각 급여(5000만원), 비급여(5000만원)으로 변경된다.

재가입주기(보장내용 변경주기)는 현행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다. 건강보험 정책반영 시차를 줄이고, 특정 질환을 신속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2021년 하반기 실손 가입자는 5년 후인 2026년 하반기에 출시되는 상품으로 보장내용이 바뀐다. 다만 변경 과정에서 기존 상품에선 보장했던 항목이 제외될 수도 있다.  

기존 가입자는 직접 ‘갈아타기’를 선택하지 않는 한 할증제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만 금융당국은 보험금 청구를 거의 하지 않는 가입자들의 갈아타기가 활발해질 걸로 보고 갈아타기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의료이용량에 따른 보험금 청구액 비교. 전체 가입자의 3.4% 정도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지급 받고 있다. 반면 65.7%를 보험금을 받지 않았지만, 의료이용량과 무관하게 같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

의료이용량에 따른 보험금 청구액 비교. 전체 가입자의 3.4% 정도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지급 받고 있다. 반면 65.7%를 보험금을 받지 않았지만, 의료이용량과 무관하게 같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

실손보험 판매 속출…청구자 3.4%가 보험금 절반 타가

정부가 실손보험을 다시 손 보는 건 실손보험이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어서다. 2017~2020년까지 실손보험으로 보험사들이 본 적자는 6조2000억원 수준이다. 실손보험 판매 보험사 30곳 중 11개사가 판매를 중단했다. 일부 가입자의 과다 의료이용이 적자의 주된 이유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중 의료이용량이 많은 가입자 3.4%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받아가고 있다. 반면 가입자의 65.7%는 보험금을 아예 타가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실손의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내년 4월까지 관련 규정을 변경하면 각 보험사들은 7월 중 새 상품을 출시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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