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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지국 2만개 깐다더니 2년째 0개 ‘뻥 5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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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진짜 5G’로 불리는 28㎓ 망에 대한 기지국 수가 전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입수한 ‘5G 주파수 할당 신청 시 이통사가 제출한 망 구축 계획’에 따르면 이통3사는 28㎓ 기지국을 지난해 5269국, 올해 1만4000국, 내년엔 2만5000국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월 말 기준 구축률은 0%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5G 이동통신 서비스는 3.5㎓ 주파수 대역을 이용한 것으로, 5G 상용화 당시 홍보한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28㎓에서 가능)’와는 거리가 멀다.

약속 어긴 ‘5G망 구축계획’ #LTE 보다 20배 빠른 28㎓망 전무 #3.5㎓망만 16만국, 계획의 3배로 #제재 소극적, 이통사 봐주기 논란 #김상희 부의장 “5G 요금 내려야”

이에 비해 3.5㎓ 대역 기지국 구축은 계획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통 3사는 올해까지 4만7000국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10월 말 기준, 16만국이 구축됐다(준공 신고 기준). 28㎓ 대역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해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촘촘하게 설치해야 해 망을 까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통사 5G망 구축 약속 어떻게 달라졌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통사 5G망 구축 약속 어떻게 달라졌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대해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주파수를 할당받고 난 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민간의 자율”이라며 “3.5㎓든 28㎓든 사업자가 사업성과 경쟁 여건 등을 고려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8㎓ 구축은) 당장은 포기라고 보셔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통3사는 2018년 과기정통부가 내세운 ‘의무’ 조건에 따라 28㎓ 구축 계획을 제출했다. 전파법 10조 4항은 주파수 할당 시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당시 과기정통부가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망 구축 의무’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3년간 28㎓ 대역에 대해선 1만5000대 구축을 의무화했고, 이에 이통3사가 연도별 세부적인 구축 계획을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2개년이 지나도록 이통사의 구축 움직임이 없는데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에 대해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년 치 1만5000대 구축이 의무 조항이었던 만큼 내년까지 이를 구축하지 않을 경우 주파수 할당 취소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투입하는 비용이 많은 데다, 수익을 낼 적절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28㎓ 대역의 활용성이 주파수 할당 당시 기대치보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이동통신 3사가 6800억원을 들어 할당받은 주파수 이용권은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일각에서는 28㎓ 대역 대신 3.5㎓ 대역에 대한 투자(2022년까지 각사 12만국 달성)를 대가로 과기정통부가 이통 3사의 계획 미이행을 눈 감아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소비자 불만이 큰 5G의 품질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의 투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불만이 없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기술력 한계 등으로 당초 목표와는 달리 정책 방향 변경이 불가피하다면, 국민을 대상으로 충분한 설명과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약속한 28㎓ 대역망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만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희 부의장은 “이통사가 28㎓ 구축 계획을 포함한 ‘투자비’를 내세우며 5G 요금 인가를 받았지만, 이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를 포함해, 소비자가 쓰지 않는 주파수에 대한 경매 비용 등이 전가된 만큼 요금 인하 등의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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