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명단에 대한 비공개 방침을 고수할 경우, 윤 총장 측이 가정적 기피 의견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총장 측은 징계 심의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인사들이 징계위에 참여하는 상황을 가정해 기피 대상 일부를 추렸다고 한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아 내놓은 고육책이다.
이용구, 기피 대상 1순위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 측은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에 대해 기피 신청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 차관은 검사징계법이 정한 징계위 당연직 위원인 데다 유일하게 스스로 징계위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 차관은 지난 3일 '징계위에 참석할 예정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 임무"라고 답했다. 이 차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위원장 직무대리가 아닌 위원으로 징계위에 참여할 방침이다.
윤 총장 측은 이 차관이 징계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이 차관은 2017년 비검찰 출신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장관을 보좌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이 차관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 불만이 많아 윤 총장에게 반감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이종근2'라고 돼 있는 인물과 징계위 관련 상의를 하는 대화가 오간 것 역시 공정성 논란을 키웠다. 이뿐 아니라 지난달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윤 총장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장관을 조사하면서, 만남 장소로 이 차관의 개인 사무실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차관은 윤 총장 측에서 기피를 신청하면 징계위에서 사정을 소명하겠다며 절차대로 하면 된다는 뜻을 밝혔다.
윤 총장 측은 이 차관을 제외한 나머지 공개되지 않은 검사 징계위원 중 반드시 기피 신청할 위원 명단 일부도 확정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판사 사찰' 의혹을 직접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기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윤 총장 감찰 업무를 주도하고 있는 박 담당관의 남편인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 등도 기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캐스팅보트' 쥔 외부위원 3명
징계위 위원은 법무부 장관이 전원을 임명하는 구조다. 법무부 차관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이외에도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위부 위원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징계 청구자인 추 장관을 제외한 6명은 10일 징계위에서 윤 총장이 신청한 위원 기피 여부를 먼저 결정할 전망이다.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외부 위원 3명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윤 총장 손을 들어준 감찰위원회처럼 외부 위원들의 판단은 가늠하기 어렵다. 물론 법조계에서는 이들 역시 추 장관이 지명한 인사들이어서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징계위가 하루 만에 결론을 내리지 않고 새로운 인물로 구성된 징계위를 재소집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징계위가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이 위원 명단은 물론 감찰 기록도 제대로 받지 못해 방어권 보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피 신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징계위 결정 이후 행정소송에서 법무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징계위 개최 무산 가능성도
7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윤 총장 징계 혐의 중 하나인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이 논의될 지도 변수로 꼽힌다. 법원 내부에서는 검찰에 대한 비판론과 신중론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는 징계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 개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윤 총장 측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 검사징계법 5조2항2호와 3호에 대한 헌법소원과 헌재 판단 전까지 징계절차를 멈춰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가 징계위 개최 전 윤 총장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징계 심의 일정은 중단된다. 다만 징계위 개최 전에 결정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