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우흥’ 일까…GS칼텍스에 물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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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GS칼텍스 러츠(오른쪽)가 흥국생명 이재영과 이주아의 블로킹을 뚫고 있다. GS칼텍스는 5일 흥국생명의 15연승을 저지했다. [연합뉴스]

GS칼텍스 러츠(오른쪽)가 흥국생명 이재영과 이주아의 블로킹을 뚫고 있다. GS칼텍스는 5일 흥국생명의 15연승을 저지했다. [연합뉴스]

2020~21시즌 여자 프로배구는 V리그 개막 전부터 ‘어우흥’이라는 말이 돌았다.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을 줄인 말이다. 흥국생명은 6월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온 김연경을 영입했다. 그에 앞서 자유계약선수(FA)인 세터 이다영을 잡았다. 이로써 김연경-이재영-이다영-루시아 프레스코(아르헨티나)-김세영-이주아로 이어지는 전·현직 국가대표로 팀 라인업을 완성했다. 평균신장이 186.5㎝이다. 그런 흥국생명이 9월 컵대회 결승전에서 무너졌다.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이어간 흥국생명을 무너뜨린 건 GS칼텍스였다. 김연경은 “패배가 약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흥국생명은 컵대회 패배를 딛고 정규시즌에서는 더 강해졌다. 1, 2라운드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10연승. 지난해 막판 4연승을 더해 14연승을 달렸다.

14연승서 제동 건 비법은 ‘과감’ #대역전극으로 시즌 첫 패배 안겨 #범실 각오 강서브, 리시브 흔들어 #선택과 집중 블로킹 작전도 먹혀

흥국생명이 5일에도 이겼다면 여자배구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기록 수립은 무산됐다. 이번에도 GS칼텍스는 흥국생명의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GS칼텍스는 두 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세트스코어 3-2로 역전승했다. 흥국생명을 무너뜨린 건 GS칼텍스의 ‘과감함’이었다.

비결은 과감한 서브였다.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은 V리그에서 서브가 좋기로 이름난 팀이다. 서브 득점 1위(세트당 1.341개)가 흥국생명, 2위가 GS칼텍스(1.283개)다. 1, 2라운드 맞대결에서는 흥국생명이 12개로 8개의 GS칼텍스에 앞섰다. 그런데 3라운드 경기였던 5일 GS칼텍스가 5-2로 우세했다.

GS칼텍스 강소휘·이소영·안혜진이 서브로 흥국생명을 괴롭혔다. 곧바로 득점이 되지 않아도 리시브를 흔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세트당 리시브 정확이 흥국생명 27개, GS칼텍스 32개였다. 리시브가 불안하자 흥국생명의 공격 루트가 단순해졌다. 퀵 오픈, 속공이 줄고 블로킹이 따라가기 좋은 오픈 공격(전체 공격 중 52.7%)이 많았다.

루시아의 부상도 흥국생명에 치명적이었다. 루시아는 1세트 어깨 탈구로 코트를 떠났다. 이재영, 김연경 의존도가 높아졌다. 두 선수 모두 리시브와 공격을 겸하면서 체력이 떨어졌다. 김연경은 5세트에 7개의 공격을 시도했지만 1개만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재영도 공격 성공률이 이날(33.33%) 평소(37.70%)보다 떨어졌다. 이정철 해설위원은 “GS칼텍스가 초반에는 서브를 이재영에게 집중시켰다. 그러자 공격이 김연경에게 쏠렸다. 그 효과가 5세트에 나타났다. 김연경이 30대다. 루시아가 빠져 체력 소모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서브 범실은 GS칼텍스(12개)가 오히려 흥국생명(10개)보다 많았다. GS칼텍스는 범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서브 실수에 대해 뭐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살살 넣으면 지적한다”고 말했다.

GS칼텍스의 블로킹도 효과적이었다. GS칼텍스 메레타 러츠는 V리그 최장신(2m6㎝)이다. 러츠는 이날 이재영의 대각공격을 집중적으로 견제했다. 차상현 감독은 러츠에 “반 발 더 안쪽으로 들어와 대각선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이재영 공격이 러츠 손에 맞은 뒤 코트로 넘어오는 횟수가 늘었다. 게다가 김연경·이재영이 전위에 있을 때는 여자배구에서는 드문 3인 블로킹(11회)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이정철 위원은 “흥국생명을 상대할 때는 블로킹 방향과 상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그게 통했다”고 말했다.

연승을 마감할 경우 연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7일 정밀검진을 받는 루시아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정철 위원은 “다른 팀도 흥국생명을 어떻게 상대할지 해법을 알게 됐다. 한 번 지면 피로가 두 배로 몰려온다. 흥국생명엔 지금이 최대 위기”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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