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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제·생수병’ 무거워진 가방·긴장한 발걸음…코로나 재확산 속 수능 현장

중앙일보

입력

긴장한 제자에 “찍지말고 수능 잘봐” 응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은 3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로 춘천고 앞에서 수험생과 교사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진호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은 3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로 춘천고 앞에서 수험생과 교사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진호 기자

“○○야 찍지 말고 수능 잘 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3일 오전 7시30분 강원 춘천시 춘천고 앞. 고3 수험생들이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둔 채 하나둘씩 말없이 교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 탓인지 수험생들의 발걸음에선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학교 앞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응원에 나선 후배들을 대신해 ‘가장 힘든 시기를 이겨낸 수험생 여러분 좋은 결과를 기원합니다’ 등의 응원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그나마 제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일부 교사들이 나와 일일이 이름을 불러가며 “찍지 말고 수능 잘 봐, 잘할 수 있어, 오늘 시험 잘 보자” 등 큰 소리로 응원에 메시지를 전했다. 또 자신의 제자가 보일 때마다 주먹을 맞대며 간단히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은 3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로 춘천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확인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은 3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로 춘천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확인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이석(37) 춘천고 교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멘탈 관리 잘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꼭 수능 대박 나길 기원한다”며 “생전 처음 겪는 이번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도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이겨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이상무(18)군은 “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선생님들이 이렇게 응원해주시는데 더 열심히 시험을 봐야겠다”며 “엄마·아빠 시험 열심히 볼게요”라고 큰 소리로 말한 뒤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날 수능 고사장엔 정수기가 없어 일부 학생들에 손에는 인근 편의점에서 산 물병이 들려 있었다. 또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수시로 환기를 하기 때문에 수험생은 머플러, 카디건, 무릎담요 등 보온용품이 담긴 종이 가방을 들고 입장했다. 시험장 입실이 완료된 8시10분. 수험생들은 모두 시험장에 들어갔지만 일부 수험생 가족은 현장에 남아 한동안 학교 쪽을 바라봤다.

 수능을 보는 손자를 응원하기 위해 나온 한 할머니(81)는 “아침 일찍부터 학교 앞에서 기다려 시험장에 들어가는 손자를 잠깐 봤다”며 “수능 잘 보게 해달라고 매일 새벽 5시에 기도를 했는데 결과가 좋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강원지역 수능은 도내 7개 시험지구 일반시험장 44곳, 별도시험장 7개 등 총 51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사상 첫 ‘코로나 수능’인 올해는 지난해보다 1307명이 줄어든 1만2347명이 응시했다. 자가격리 수험생은 총 6명(재학생 4명, 졸업생 2명)이다. 이 중 3명(재학생 2명, 졸업생 1명)은 별도시험장에서 시험실당 1명씩 시험을 치른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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